「체면유지비」지출 큰폭증가/삼성경제연 80년대이후 「가계지출」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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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엥겔계수 40%서 30%로… 외식비는 늘어/주거비,부동산값 폭등불구 큰 변화없어
지난 10년간 우리의 가계지출에서 경조비나 회비·교제비 등 소위 자신의 「신분」을 과시하는 소비지출과 마이카 붐을 타고 교통·통신비의 지출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조사,5일 발표한 「80년대 이후 가계 소비지출 구조변화」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경제의 급속한 성장에 힘입어 82년의 24만9천원에서 90년에는 2.76배인 68만6천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추이를 살펴보면 82∼86년 사이의 연평균 증가율이 8.7%인데 비해 86∼90년 사이의 연평균증가율은 18.5%의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는데 소비자물가의 상승을 감안한 실질소비지출 증가율도 82∼86년의 5.8%에 비해 86∼90년에는 연평균 11.7%로 80년대 후반의 증가율이 훨씬 높았다.
소비지출 내용별로는 지난 10년동안 경조비·각종 회비·잡비를 포함하는 「사회적 소비」지출인 기타 소비부문의 증가율이 연평균 21.2%로 가장 높았고 86∼90년 사이에는 마이카 붐에 힘입어 교통·통신비가 연평균 26.8%로 제일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소비지출중 식료품 지출비중(엥겔지수)이 82년의 40.8%에서 90년 현재 32%로 상대적으로 줄어들었으나 이 가운데 곡류소비의 비중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반면 외식비용의 지출은 급속히 높아져 90년에는 외식비의 비중이 곡류소비의 비중을 처음으로 웃돌았다.
그러나 주거비의 경우 그동안 부동산 가격폭등과 전세값 파동으로 엄청나게 늘어났으리란 예상과는 달리 지난 10년동안 지출비중이 4.3∼4.6%로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교통·통신비는 82,86년엔 소득계층별로 거의 차이가 없었고 90년에도 저소득층에서는 과거와 비슷한 반면 고소득층으로 갈수록 지출비중이 큰 폭으로 늘고 있는데 이는 자가용승용차의 보유가 늘어나면서 차의 구입과 유지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 경조비·회비·잡비 등 기타소비의 경우 전반적인 증가세 속에서도 고소득일수록 증가율이 두드러져(저소득층·82년의 전체소비지출중 8.1%에서 90년에는 14.7%,고소득층:82년의 14.5%에서 21.4%로 증가) 소득이 높을수록 자신의 신분과 사회적 교제에 신경을 더 쓰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령별 소비증가율은 전반적으로 20∼30대에 비해 40∼50대의 소비증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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