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승리" 가상소설 『조국』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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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때는 1964년. 독일이 프랑스에서 우랄산맥에 이르는 광활한 유럽대륙을 다스리고 있다. 백악관은 케네디라는 사람이 차지하고 있고 히틀러는 아직 건재하다.
건축가 알베르트 슈페어가 설계한 건축물들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베를린에서는 히틀러의 75회 생일을 축하하기위해 군중들이 광장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이들은 유대인 대량학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으며, 미국은 유럽의 주인 독일과 데탕트를 맺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무슨 황당무계한 이야기냐고 당황할 필요는 없다.
영국 선데이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로버트해리스의 소설 『조국』(랜덤하우스)의 일부다.
이 소설은 히틀러가 야심대로 전쟁에 승리했다면 세상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내용으로 영국에서 5월부터 베스트셀러로 확고한 자리를 지키고있으며 미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뉴스위크최근호는 전하고 있다.
해리스는 지난83년 히틀러의 가짜일기 사기사건이 발생했을 때부터 히틀러와 관련된 문서들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나치 일당은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후에 대한 청사진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해리스는 그들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청사진대로 몰고 갔더라면 현대 문명사회가 어떻게 변모했을까를 추적하고 있다.
소설에 따르면 전쟁은 승리로 끝났지만 나치정권은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부패가 만연한다.
러시아 빨찌산들이 우랄산맥을 거점으로 계속 저항함에따라 전쟁은 끝이 없고, 또 국민들은 지칠대로 지처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친위대정보원 크사비어 마르흐. 그는 핵심세력 내의 비주류로 고위당간부들이 관련돼 있는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조금은 드센 미국인 여기자와 사랑에 빠진다.
그는 또 나치가 끔찍한 유대인 학살을 자행했다는 것을 밝혀주는 극비문건들을 발견한다.
이 소설이 영·미에서 관심을 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에서는 차가운 대접을 받고있다.
겨우 악몽이 잊혀져가고 있는데 긁어 부스럼을 만든다는 비난에서부터 「경박한 픽션」에 불과하다는등 부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독일의 25개 출판사가 출판제의를 거절함에 따라 독일어 출판권은 스위스의 한 출판사에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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