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두 시간 4년 투자하면 당신도 ‘영어 도사’ 될 수 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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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 02면

로열 젤리(royal jelly)는 여왕벌의 발육에 꼭 필요한 음식이다. 여왕벌이 될 유충은 일반 꿀벌이 될 유충보다 이 물질을 이틀 더 공급받는다. 이 때문에 여왕벌은 일반 꿀벌보다 체형이 우수하다. 또 일벌보다는 20배나 더 장수한다. 인간사회에도 로열 젤리 같은 게 있을까. 배움의 양과 질이 비슷한 효과를 내지 않을까 싶다. 그 배움 중에서도 최근 문제가 되는 것은 영어다.

영어의 길은 있다

TOEIC과 TOFLE에 대한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양대 시험은 아직도 취업과 유학 과정에서 수문장(gate-keeper) 역할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우리는 태어나서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힌다. 한글ㆍ구구단ㆍ자전거타기ㆍ운전·태권도ㆍ붓글씨 등등. 많은 경우 학습의욕만 있으며 비교적 쉽게 익힐 수 있다. 그러나 거의 전 국민이 매달려 있으면서도 영어만큼 그 성과가 불만족스러운 것도 없다. 왜 그럴까? 이유는 지극히 단순하다. 영어는 배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이병민 서울대 교수에 따르면 1만1680시간이 필요하다. <15쪽 참조>

미국 대학의 외국어 교육 방식을 적용하면 약 3000시간이라고도 볼 수 있다. 미국 학생들은 한국어ㆍ중국어ㆍ일본어 등 영어와 언어 계통상으로 거리가 먼 동양권 언어라도 4년 정도 공부하면 읽기ㆍ듣기ㆍ말하기ㆍ쓰기가 상당한 수준에 오른다. 3000시간은 학기 중 매일 한 시간의 수업과 한 시간 자습, 방학 중에는 하루에 두 시간씩 공부하는 것으로 가정했을 때 나오는 숫자다. TOEIC의 경우 영어를 거의 못하는 수준의 학습자가 900점을 받기 위해서는 1750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또 학원에 다니며 초급부터 시작해 최상급이 되기 위해서는 자습시간을 빼고 수업만 1200시간을 들어야 한다. <표 참조>

이렇게 보면 우리가 영어를 못하는 이유가 명백해진다. 우리는 영어학습에 충분한 시간을 지속적으로 투입하고 있지 않다. 영어학습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려면 TVㆍ인터넷ㆍ영화ㆍ음주가무 등과 같은 너무나 많은 달콤한 유혹과 싸워 이겨야 한다. 그러나 실제에선 많은 사람이 그 싸움에서 패배한다.

영어학습의 절대시간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학습의 흐름이 끊기는 것도 문제다. 우리는 역설적으로 대학 입학 후와 입사 후에 영어학습의 단절을 경험한다. 입학과 입사는 상당한 영어실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대학과 회사는 영어를 학생과 사원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는 수단으로만 사용할 뿐, 입학이나 입사 후 상당기간 동안 학생과 사원을 사실상 ‘방치’한다.

언어는 사용하지 않으면 잊어버린다. 모국어도 몇 십 년 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완전히 잊어버릴 수 있다. 중단 없는 전진만이 영어 완전정복의 길이라는 것을 망각하지 말아야겠다. 영어 능력을 초급에서 중급으로, 중급에서 고급으로 안내하는 체계적인 학습프로그램, 영어 읽기ㆍ듣기ㆍ말하기ㆍ쓰기 능력 모두를 종합적으로 키워주는 학습 프로그램에 꾸준히 시간을 투자하면 모두 영어도사가 될 수 있다.

이쯤 되면 왜 내가 왜 영어도사가 돼야 하는지 의문이 생길 법하다. 짧은 인생… 1만1680시간이건 3000시간이건 상당한 시간이다. 다른 가치 있는 일들이 얼마든지 많다. 영어 한마디 못하고도 얼마든지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게 아닌가? 심지어 이민을 가도 코리아타운에 살면 영어 안 쓰고도 잘 살 수 있는 게 아닌가?

개인 차원에서는 그럴지 모른다. 그러나 사회적ㆍ국제적 차원에서는 그렇지 않다. 영어를 잘하고 못하는 차이, 즉 영어 격차(English divide)가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ㆍ최신 정보기술 활용 능력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에 발생하는 격차) 못지않게 중요한 세상이다. 영어 격차는 한 사회 내의 불평등, 국가 간의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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