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안전불감증이 부른 어처구니없는 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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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그저께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 두 명이 소방용 사다리차에서 추락해 자녀들 앞에서 숨지는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발생했다. 재난과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방재청 소속 기관인 소방서가 실시한 소방 안전교육 현장에서 벌어진 일이라 더욱 기가 막힌다. 소방서가 차량 안전 점검과 훈련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벌어졌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이 부른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가.

사고가 난 소방차의 사다리에 달린 구조용 바스켓(탑승 공간)을 지탱하는 쇠줄은 1998년 차량 출고 이후 한번도 교체되지 않았다. 소방서는 매일 바스켓과 쇠줄을 점검해야 하는데, 사고 당일은 하지 않았다. 바스켓 안에는 안전벨트가 없었고, 사다리차 아래에는 추락에 대비한 그물망 등 안전장치도 설치되지 않았다. 이런 바스켓을 어린이들이 타고 높이 올라갔다. 그러다 학부모 세 명이 높이 24m까지 타고 올라갔을 때 쇠줄이 끊어지면서 바스켓이 뒤집어져 사고가 났다. 어이없을 뿐이다.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은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 그 결과 큰 피해 없이 끝날 수 있는 작은 사고가 대형 참사를 부르는 일이 허다하다. 몇 달 전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 외국인 보호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로 외국인 10명이 숨진 사건도 대표적인 인재였다. 각종 놀이시설에 대한 안전점검도 미흡해 종종 대형 사고가 발생한다. 그때마다 재발을 막는다며 호들갑을 떨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뿐이고 반복되기 일쑤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안전의식을 높이는 시발점이 돼야 한다.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어린이 안전사고(4541건)는 3년 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는데, 가정 내 사고가 61%였다. 그러나 안전교육을 한 가정은 15%에 불과했다. 우리는 안전을 위한 투자에 너무 인색하다. '어떻게 되겠지'라는 식이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거나,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일이 벌어져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