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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도 모르는 여 중진의원/전영기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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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8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열린 민자당 의원세미나는 오랜만에 의원들끼리 모여 국정 전반에 대한 보고를 듣고 경색정국 해소에 관한 진지한 토론을 할 수 있는 자리였다.
특히 28일 저녁에 있었던 정치분야 토론회에서는 공부하는 국회의원상 정립을 위한 여러 제안과 현정치상황에 대한 비판론이 제기됐다.
주제발표를 한 박동서교수(서울대)는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소속 정당의 의사와 관계없이 스스로 투표하는 자유투표제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선거에 재선하기 위해 의원들은 돈의 조달·권력관계 변화·경조사 참석에 몰두 할게 아니라 입법실력·예산심의·행정통제·민원처리 같은 의원 본연의 업무를 중시해야 한다는 박 교수의 주장에 대부분 의원들은 공감하는 것 같았다.
초선인 박주천의원은 『정치에서도 경제와 같이 생산성문제가 제기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13대 초기의 여소야대 국회때는 의원입법이 정부입법보다 더 많았고,거의 모든 법안을 합의 처리했었으나 3당 합당후엔 날치기 처리가 잦아 정통성 문제마저 제기됐다는 등의 비판을 했다.
또 다른 초선의 김형오의원은 『우리 국회건물이 세계에서 가장 크지만 일은 가장 적게 하는지 모른다』고 꼬집고 변죽올리기·중복반복 발언·유언비어 폭로·상대방 흠집내기·인기형 발언·물리적 충돌을 우리국회의 특징으로 나열,시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거나 일부 초선의원들의 의욕과 문제점 제기 발언이 있긴 했으나 일부 다선 의원들은 여지껏 국회법조차 제대로 이해못하는 듯한 발언을 해 빈축을 샀다.
재선의 황윤기의원은 『선진국들은 법률안 제출당시 일반법률안과 예산부수 법안의 발의요건을 구분하고 있으나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고 개선을 주장했다. 그러나 사회자인 박관용의원은 『우리 국회법도 예산관련안건을 제출할 때에는 일반법률안과 요건을 달리하고 있으니 착오없기 바란다』고 정정했다. 황 의원이 사전공부없이 토론에 임했다는 점을 보여줬다. 우리 국회가 본회의 개회시간을 굳이 제한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임위원장까지 지낸 이민섭의원은 『오후 2시부터 열리는 본회의 시간을 국회법을 고쳐 앞당길 수 있도록 하자』고 말해 실소를 자아냈다.
다선의원들의 제언내용이 우리 정치의 수준을 거론하는 초선에 비해 지엽적인 쪽에 치우쳐있는 것으로 보아 국회의원을 오래할수록 7개월간이나 낮잠만 자는 국회에 대체로 무감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선의 경륜과 지혜,의정경험을 토대로 만연한 정치불신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방책의 제시가 기대됐으나 공부하지 않고 고뇌하지 않는 「선배의원」들의 모습은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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