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2007 KB국민은행 한국리그' 이세돌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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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목진석 9단(신성건설) ●이세돌 9단(제일화재)

◆장면도(33~42)=신성건설이 제일화재를 2 대 1로 리드한 상태에서 이세돌 9단과 목진석 9단이 격돌했다. 상대 전적은 13승13패. 이 전적은 이세돌의 유일한 천적이 어쩌면 목진석이 아닐까 생각하게 만든다. 목진석은 현재 36승 6패(승률 86%)로 다승.승률 1위. 이세돌이 제일화재의 필승카드라면 목진석 역시 신성건설의 에이스. 상승세의 두 기사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국면은 미완성 정석이 끝 모르게 진행되다가 곧장 전투로 돌입하는 상황이다. 목진석 9단이 백△로 누르자 이세돌 9단은 좌변을 외면한 채 33으로 발딱 올라섰다. 33은 전국을 호령하는 사두. 그러나 좌변은 온전할 것인가. 34로 가르면서 서로 자기 길을 고집하면서 바둑은 순식간에 폭풍 속으로 빠져들었다. 42에서 흑 7점이 차단됐다. 이 흑이 잡힌다면 바둑은 끝장인데 이세돌이 믿는 것은 무엇일까.

◆실전진행(43~51)=이세돌은 43으로 차단한 뒤 45로 뚝 끊었다. 흑▲를 둘 때부터 노린 수. 덫을 놓고 기다리다가 치명적인 역습을 가한 장면이다. 46으로 몰아 수상전의 양상인데 47, 49로 끼워 잇자 백의 포위망이 속속 단점을 드러낸다. 그때 51로 가만히 나가자 백은 더 이상 후속 수단이 없어졌다. 싸움을 계속한다면 A뿐인데 B의 약점 때문에 어딘가 한 군데가 뜯겨 나가게 되는 것이다. 결국 흑은 중앙 넉 점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 전투는 흑의 대승으로 끝나게 된다.

목진석 9단도 힘이라면 천하장사급에 속한다. 난전에도 능하다. 그러나 이세돌의 수읽기는 역시 일품이다. 흑▲에서 51에 이르는 완벽한 수순이 이세돌의 가공할 '힘'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제일화재는 이 승리로 2 대 2를 만든 뒤 최종전에서 이겨(3 대 2 승리) 2연승으로 리그 선두에 나섰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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