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금싸래기(?) 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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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정부의 아파트 투기 억제 정책으로 요즘 주택시장에는 찬바람이 불지만 대형 토지 매매시장은 활기가 넘친다고 한다. 지역 경제 활성화, 재정 확충, 신청사 건립 비용 마련 등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 기관이 보유하던 '금싸래기 땅'들이 잇따라 시장에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금싸래기 땅'이란 노른자위에 위치한 비싼 땅을 일컫는다. 하지만 '금싸래기 땅'은 '금싸라기 땅'이라고 써야 한다. '싸래기'가 북한에서는 표준어이지만 우리말에서는 '싸라기'가 표준어이기 때문이다.

'금싸라기'는 '금'과 '싸라기'가 합쳐진 말이다. '싸라기'가 부스러진 쌀알을 뜻하므로 '금싸라기'는 금의 잔부스러기를 의미한다. 금이 워낙 귀한 물건이다 보니 잔부스러기라도 매우 귀하고 소중한 것이다. '금쪽같다'란 말도 매우 소중하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이처럼 아주 드물고 귀중한 것을 비유적으로 일컬을 때 '금싸라기'란 단어를 쓴다.

금싸라기 외에 '싸라기'가 들어간 단어에는 '싸라기눈'이 있다. 빗방울이 갑자기 찬 바람을 만나 얼어 떨어지는 쌀알 같은 눈을 말한다. 준말은 '싸락눈'이다.

우리 속담에 '싸라기 쌀 한 말에 칠 푼 오 리라도 오 리 없어 못 먹더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작은 돈이라도 우습게 여기지 말고 소중하게 써야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한규희 기자

*지나간 '우리말 바루기'기사는 『한국어가 있다』는 책으로 출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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