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걸프전」일어날까/부시,복잡한 손익계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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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인기만회·명분부족 사이서 고민/악점 간파한 후세인 강경입장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유엔의 조사팀을 거부함에 따라 조지 부시대통령은 제2의 걸프전 감행여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부시대통령은 23일 딕 체니국방장관,콜린 파월합참의장 등 고위 안보보좌관들과 백악관에서 이라크 사태를 놓고 협의를 가졌으며 백악관 대변인은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미국은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무력사용 가능성을 계속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가 다시 한번 대이라크 전쟁을 벌일 것이냐를 결심하는데는 복잡한 득실계산이 가로막고 있다. 부시는 우선 앞으로 몇개월 남지 않은 오는 11월의 대통령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90년 1월 걸프전을 승리로 이끌고 난후 국내 인기가 역사상 유례 없을 정도로 90%까지 뛰어올랐던 전례를 감안한다면 부시는 지금 바닥의 인기를 만회하기 위해 다시 한번 전쟁을 치르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간단히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부시가 다시 전쟁을 할 경우 이러한 저의를 꿰뚫고 있는 민주당이나 국민들은 그를 『자신의 선거를 위해 전쟁을 재개한 인물』로 공격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부시가 전쟁을 다시 결심할 경우는 이에 대한 확실한 명분의 확보와 완전한 승리가 전제되지 않으면 오히려 선거에 타격을 준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부시는 다시 전쟁을 할 경우 미국의 국가이익 차원에서 확실한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유엔의 결의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는 전쟁을 다시 하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는 것이 부시의 고민이다. 또 비록 제한적인 공습을 한다해도 그로 인해 막대한 민간인 인명피해가 발생한다면 이 또한 민주당의 공격거리가 된다.
특히 최근들어 부시가 지난번 걸프전 직전까지도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게 막대한 군사력을 지원했던 사실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고 후세인이 결정적 피해 없이 그의 모습이 미국 안방으로 계속 전달될 경우 오히려 득표에 마이너스 영향만 준다는 판단도 있다.
후세인이 이번 유엔조사팀에 대해 강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러한 선거를 앞둔 부시의 약점을 잘알기 때문이라고 보고있다.
특히 부시는 자신의 인기가 날로 하락하는 것은 미국 경제가 어렵기 때문인데 이러한 원인은 놓아두고 전쟁으로 인기를 높이려 한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되어있다.
공화당 전략가들은 이러한 근거로 제2의 걸프전이 부시의 인기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고 후세인의 행동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후세인의 연이은 종전협정 위반을 보고만 있을 경우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신뢰가 무너질뿐 아니라 국내적으로도 지난번의 승리가 무색케 되고 오히려 걸프전이 부시의 실패작으로 부각될 수 있다.
따라서 부시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다행히 민주당의 클린턴후보가 이라크에 대한 무력제재를 찬성하고 나와 전쟁을 선택할 경우 부담이 약간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전쟁의 결과가 시원치 않을 경우 지미 카터대통령이 이란인질 석방작전을 실패해 결정타를 입었듯이 대이라크전쟁 재시도가 실패로 끝날 경우 부시가 이번 선거에서 결정타를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부시로서는 확실한 목표와 완전한 승리가 보장되지 않는한 섣부른 결심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로서 미국이 결심할 수 있는 선택은 유엔의 이름아래 연합국과 합동작전을 벌이되 공격도 단기간 공중폭격에 한한다는 것이다.
군사전문가들은 ▲공격은 하루 또는 이틀간으로 한정하고 ▲공격목표도 군사목표물로만 하되 민간인이 거주하는 지역과 떨어진 곳을 택하고 ▲공습과 함정에서의 미사일 공격으로 한정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고있다.
미국은 현재 걸프지역에 항공모함 인디펜던스호를 비롯,육해공군을 합해 모두 2만1천명의 병력과 23척의 군함을 배치해 놓고 있다.
특히 미국은 그리스를 방문할 예정이던 80여대의 전투기를 탑재한 항모 사라토가호를 지중해상에 대기시키는 한편 항모 인디펜던스호는 이라크 공격거리내 항진을 준비하고 있다.
체니국방장관과 파월합참의장이 이번주말 기자회견을 예정하고 있어 미국의 결심은 이번 주말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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