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이후 민자 “내가 후계”/체제개편·선대위 구성싸고 물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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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윤환씨 떠오르자 중진급들 경계
대통령후보 경선의 후유증이 가라앉자 민자당 내에는 「김영삼대표 이후」를 노리는 경쟁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있다.
우선 오는 9월 김영삼대표가 총재가 되면서 잇따를 당지도체제 개편과 선거대책본부 구성을 둘러싼 이견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본질은 포스트 YS를 겨냥한 여권 2인자 자리를 노린 권력다툼의 성격이 짙다.
○…다툼의 시발은 경선과정에서 반YS의 깃발을 들었다가 주저앉은 박태준최고위원의 위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와 YS득세에 1등공신인 김윤환 전사무총장의 실권장악 여부에서 비롯된다.
김 대표는 당내 민정·민주계의 집요한 반대와 반발을 무릅쓰고 경선때 약속한대로 김종필최고위원을 후임 대표최고위원에 앉히는 쪽으로 마음을 잡아가고 있다.
JP가 몰락한 소수계파의 우두머리에 불과하고 텃밭인 충청권에서조차 득표력을 상실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급할때 한 약속을 형편이 좋아지자 팽개쳐버릴 수는 없다는 점이 YS의 고민이다.
당대표자리 다음의 표적은 박태준최고위원 문제다.
박 최고위원은 합당 이후부터 줄곧 『YS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망한다』고 주장해왔고 경선을 전후해 김 대표의 기분에 최대한 거슬렸던게 사실이다.
때문에 김 대표로서는 박 최고위원을 화합차원에서 싸안긴 했지만 내심 썩 내켜하는 눈치가 아니다. 박 최고위원도 YS에게 「지은 죄」는 있고 그렇다고 박차고 나가봐야 갈곳도 없는 형편이어서 쑥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YS는 박 최고위원에게 특별한 역할이나 언질을 주지않은채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박 최고위원은 1개월의 장기외유와 침묵속에 엎드려 있으면서 최고위원직과 포철회장 자리를 놓고 저울질한 끝에 일단은 YS에게 충성을 서약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귀국후 당사에 첫 출근한 20일 저녁 지구당협의회 총무 연수에 참석,『김 대표를 중심으로 정권을 재창출 하는 것이 나라 선진화의 길』이라고 말문을 연뒤 『노태우대통령은 지명된 대통령후보였지만 YS는 선출된 점이 다르다』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박 최고위원으로서는 생존의 갈림길에서 일단 YS 밑으로 들어가 처분만을 기다리는 자세로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그러나 박 최고위원의 거취에는 YS 대통령후보 탄생의 1등공신인 김윤환 전총장의 이해가 맞물려 있다.
경선과정에서 TK세력과 민정계 다수를 끌어모아 김영삼후보 추대위를 구성,대세몰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김 전총장 그룹은 「JP대표」까지는 인정하지만 박 최고위원과 반YS그룹의 득세에는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화합차원에서 박 최고위원이나 이종찬의원의 7인그룹에 속했던 사람들을 끌어안고 가는 것은 이해되지만 이들을 당지도체제 개편에서 요직에 수용하는 것은 연말 대선의 집중력 강화를 위해서도 받아줄 수 없다는 자세다. 물론 YS는 심정적으로 이들 편에 더 기울어 있다. 정치에 뿌리도 없고 민정계 수장으로서의 상징성마저 상실한 박 최고위원 대신 김 대표 옹립에 앞장섰던 추대위 멤버들을 중심으로 선거를 치르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얘기가 당내 정서상 다수의 편이기 때문이다. 추대위 그룹들이 지난번 당직개편에서 비추대위만큼 대접받지 못한데 대한 반발도 김 전총장에게는 부담이다.
그러나 김 전총장의 이런 입장과 주장은 타당성과 명분이 있지만 S 이후를 겨냥한 세력확장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 민정계 중진들과 TK 맹주자리를 노리는 중량급 의원들로부터 반발과 견제를 사고있다.
김 전총장이 YS에게 공신인 것은 인정하지만 그가 동류중의 선두에 불쑥 나서는 것은 경계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여차하면 박 최고위원의 존립문제를 김윤환 견제도구로 활용할 태세다. 김 전총장에게는 라이벌 또는 적이 많다는 얘기다.
이런 사정을 감안,김 대표는 처음에는 최고위원자리를 늘려 김윤환급 인사들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방안을 모색했으나 시간이 감에 따라 오히려 그것이 마찰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는 것 같다. 그 결과 박 최고위원이 충성을 맹세하면 유임시키고 가급적 체제의 골격을 흔들지 않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 같다. 또 당사무처와 지구당에 대한 장악력에 문제가 있는 김영구사무총장을 경질하려 해도 노 대통령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김 전총장도 YS의 이런 입장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근자에는 박 최고위원 유임에 동의하면서 대신 선거대책본부에 자신과 함께 일해온 추대위 그룹을 대거 포진시키는 쪽으로 타협점을 찾고있다.
김 전총장은 이런 뜻을 YS에게 이미 전달,긍정적인 답변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총장은 이와 함께 자신의 여권 2인자 굳히기에 대한 「다국적군」의 반격이 시작됐다고 보고 국회가 끝나자마자 미 공화당 전당대회 참관을 구실로 출국,지도체제 개편과 선거대책본부 발족시기에 자리를 비워 표적이 되는 것을 피하려 하고 있다. 최고위원이나 선거대책본부장도 맡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다닌다. 전두환­노태우­김영삼 3대에 걸쳐 권력의 핵심을 지키는 일이 결코 쉽지 않으리라는 점을 본인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듯 하다.
○…민정계 중진들이 어느날 갑자기 혼자 커져버린 김 전총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대체로 곱지않다.
이한동의원은 이종찬의원의 무력화를 틈타 수도권의 대표주자 자리를 노리고 있고 충청권에선 이춘구 이준병의원이 JP의 공백을 메우려 하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에서는 객관적 타당성과는 관계없이 노 대통령의 친인척인 박철언·김복동의원이 꿈을 키우고 있다. YS가 총재가 되면 입당할 것이 확실시 되는 정호용·허화평의원도 나름대로 야망을 갖고있다. 이들에겐 김윤환의원의 급부상이 달갑지 않다. 그래서 김 의원을 현재의 위치에 묶어 놓은채 민정계의 구심으로서 YS를 실질적으로 보좌할 수 있는 인물이 새 최고위원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있다. 이같은 조건에 맞춰 새로 등장하는 인물이 권익현 전민정당대표(당고문·전국구)다. 그는 과거 민정계 경력으로 봐서 중진들보다는 한발 앞서 있고 당권다툼에는 초연한 입장을 지켜왔다.
따라서 여권내 2인자 다툼은 당 지도체제 개편에서 전초전을 치른뒤 대선 이후로 예상되는 정계개편 등과 맞물려 본격화될 전망이다.<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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