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4단지 '아우성'… 베란다 확장 1600여 가구 56억원 과태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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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의 고급 아파트 단지 입주자들이 들끓고 있다. 구청의 승인없이 베란다를 확장했다가 적발돼 총 56억원대의 과태료를 물게 됐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청은 잠실 '레이크 팰리스' 단지 1600가구의 불법 베란다 확장공사를 적발하고 가구당 250만(26평형)~450만원(50평형)의 이행강제금(과태료)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레이크 팰리스는 잠실 주공 4단지를 재건축한 2678가구의 대단지로 삼성건설.GS건설이 지었다. 지난해 12월 말 준공승인을 받고 현재 입주를 거의 마친 상태다. 구청이 아파트 불법 베란다 확장을 적발해 이번처럼 대규모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올 8월 입주할 잠실 3단지와 내년에 입주할 잠실 1.2단지, 시영단지 입주민들이 베란다 확장을 놓고 혼선을 빚고 있다. 이들은 확장공사를 적법하게 하기 위해 뒤늦게 입주자대표회가 중심이 돼 동별로 주민의 동의를 받기로 했다.

건설교통부는 2005년 12월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아파트 베란다(발코니) 확장을 합법화했다. 다만 준공검사를 받은 아파트가 확장공사를 하려면 같은 동 주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은 뒤 구청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올 3월 송파구청의 조사 결과 레이크 팰리스에서 베란다를 확장한 가구 중 10가구만 주민 동의를 받았고, 나머지 1600가구는 주민 동의와 구청 승인없이 무단 공사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베란다 확장 시 승인을 받으라고 입주자에게 알렸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공사한 주민은 원상복구를 하든지 아니면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고 밝혔다.

송파구는 이미 지난달 초 이런 내용의 시정지시 안내문을 해당 주민에게 보냈다. 주민들은 이미 확장공사를 마쳤기 때문에 원상복구는 사실상 어려워 이행강제금을 낼 수밖에 없다. 만약 이행강제금을 내지 않으면 구청은 낼 때까지 매년 두 차례씩 강제금을 계속 부과하게 된다. 이행강제금은 공시가격의 3%에 달한다.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레이크 팰리스 입주자 대표 조영태 회장은 "주민들이 안전기준을 지켜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구청에서 사전 공지를 충분히 하지 않고 갑작스럽게 처벌하겠다고 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주민 3분의 2의 동의를 받고 안전시설을 갖출 테니 과태료 부과 방침을 철회해 달라"고 말했다.

김종윤.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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