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의 비극』감용운-김용국 지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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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피타고라스에서 괴델에 이르는 수학사상 불멸의 거장들의 사상과 삶을 통해 지성의 최첨단을 가는 학문 세계와 인간 존재와의 관계를 첨예하게 부각시킨 역저.
생전에 화려한 인정을 받았든, 당대에는 끝내 이해방지 못했든 불멸의 수학 정신들은 나름의 비극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지성사적 입장에서 구체적으로 전개된다.
「반대자들의 비판에 따른 시끄러움이 두려워서」지성의 불꽃놀이처럼 쏟아져 나왔던 창조적 발상 중 많은 부분을 끝내 발표하지 않고 묻어 두었던 19세기「수학의 황제」가우스의 비겁함과 속물 근성.
유클리드 기하학의 평행선공리가 실은 가정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휜 공간의 기하학을 창시한 보야이·로바체프스키·리만이 겪었던 고난. 현대 수학의 핵심적 기초가 된 집합론을 창시한 칸토르의 광기.
수학 사상 최초로 무한이라는 심연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칸토르는『나는 보았다. 그러나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고백을 남겼다.
학계의 몰이해 속에 정신병원에서 일생을 마친 그는 병원 안에서 만나는 사람마다에게『나의 생각이 옳았지?』하고 버릇처럼 되물었다고 한다.
수학이 불완전하다는 것-즉 공리로부터 이끌 수 없는 참 명제가 있다는「불완전성의 정리」를 증명한「수학의 마왕」괴델.
이성의 학문인 수학이 도달 불가능한 한계를 엄밀한 수학적 방법으로 증명함으로써「신기에 가까운 악마적 술수」를 과시한 그는 자폐증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다.
이 책을 관통하고 있는 것은 비극을 낳는 인간심리의 핵심은 앎에의 정열이며 주지주의 적 태도가 비극의 온상이라는 인식이다.
서구지성 사를 수학의 정신을 중심으로 재조명한다는 의도아래 씌어진 이 책은 세속적 고난과 내면적 고뇌를 지성의 비극으로 연결시키는 논리적 고리가 허술하다는 약점도 눈에 띈다.
김용운 한양대 교수와 김용국 목포대 교수가 함께 썼다. 일지사간 ,4백68쪽, 9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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