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게시판선 모든 네티즌이 홈페이지 '관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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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부 홈페이지선 나도 '관리자'가 될 수 있다?"

재정경제부 홈페이지(www.mofe.go.kr)가 미숙한 운영으로 네티즌 사이에서 비난을 받고 있다. 게시판의 글쓴이 성명란에 '관리자' '재정경제부' '재경부' 등의 공식 명칭을 입력할 수 있어 이를 악용한 사칭글도 올라오고 있다.

지난 13일 재정경제부 홈페이지(www.mofe.go.kr) 자유발언대 게시판에 유류세 인하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글을 쓴 네티즌(ID 제발)은 "500원하던 기름값이 1600원선인 요즘 죽을 맛"이라며 "더는 못 봐주겠다. 1100원대로 기름값 낮아지게 유류세를 500원 내려라"는 내용을 적었다. 그러나 여기에 이어진 '관리자'의 답변은 많은 네티즌을 당황하게 했다. 관리자 답변의 내용은 "유류세를 더 인상해 리터당 2000원대의 가격을 보게 될 것이다. 마음이 아프면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절약정신을 배우라"는 것이었다.

유류세 인하 요구에 대한 재정경제부 홈페이지 관리자의 답글은 인터넷을 타고 빠르게 퍼져나갔다. 네티즌들은 "유류세 인하를 바라는 국민의 글에 저런 답변을 남긴다는 것은 국민을 무시한 처사다"(ID 사과나무) "마음 아프면 절약정신 배우라니, 이게 재경부 관리자가 할 말입니까?"(ID kokopin96) "유류세를 더 인상한다니 착찹하군요"(ID tjsrnswjdcl) 라는 등의 댓글을 남겼다.

본지 확인 결과 이 답변은 관리자를 사칭한 일반 네티즌의 글인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미 자유발언대 게시판에 글쓴이의 이름을 '관리자'로 등록할 수 있다는 허점이 알려진 상황이었다. 해당 게시판에는 '관리자' '재정경제부'라는 글쓴이 이름을 사용한 글들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네티즌들은 "재경부 홈페이지에선 너도 나도 관리자가 될 수 있다"며 관리자를 사칭해 다른 네티즌을 속이는 일명 '낚시글'을 올리고 있다.

재경부 홈페이지가 많은 낚시글로 얼룩지자 미숙한 홈페이지 운영을 비난하는 네티즌 역시 늘고 있다. 글쓴이 이름 등록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면 사칭 피해사례가 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네티즌(ID scream00)은 "참여정부에서는 정부와 각 부처의 공식적인 입장을 홈페이지에 올리는 경우가 많다"며 "아무나 '관리자'라는 이름을 등록할 수 있게되면 국민의 혼란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ID 012hoho)은 "이런 당연한 부분이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니 이해할 수 없다"며 "재경부 홈페이지 관리자는 도대체 뭐하는 것이냐"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재경부 홈페이지 운영 담당자는 "실시간 확인이 아니다보니 이런 경우가 생긴 것 같다"며 "정상 경로가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 글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테스트 결과 4시 30분 현재까지 누구나 정상 경로를 통해서 '관리자' 혹은 '재정경제부'라는 이름으로 글을 등록할 수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재경부 담당자는 "지난 4월 자유발언대 서버를 분리하면서 글쓴이 이름 등록 필터링이 빠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빠른 시일 내에 수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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