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소사 꾸리는 맏며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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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총무처(당시 내각사무처)에 행정서기로 공직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62년 29세 때로 지난 30년 동안 오로지 총무처에서만 근무해 오다 이제 정년을 2년 앞두게되었다.
총무처는 국민들과 직접 접촉하는 기회가 적어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다. 그러나48년 정부수립과 함께 정부조직법에 의거, 법률 제1호로 발족된 이래 그동안 국무원사무국·내각사무처를 거쳐 총무처로 명칭이 바뀌어왔지만 나라 일을 심의하는 국무회의 운영, 훈장 등 영전을 수여하는 상훈, 정부조직과 공무원인사·후생복지 등 나라의 큰살림을 대가 집 맏며느리처럼 소리소문 없이 수행해 왔다.
총무처는 공직사회를 지탱하는 큰 줄기인 조직·인사를 총괄하는 기관으로 조선시대 이조의 업무성격과 유사하며 공무원의 요람(채용)에서 무덤(퇴직)까지를 도맡아 처리하는 정부조직으로 생각하면 큰 무리가 없다.
총무처는 1공화국시절에는 지금의 공보처기능까지 포함, 정부조직의 살림을 꾸려나가며 조선시대의 폐습으로 남아있던 관리들의 축첩제도를 폐지하고 과거제도를 개선한 고시 제를 시행해 국가 중추인력을 양성해왔다.
3공화국 때는 조국근대화의 기치아래 강력하고 리더 십 있는 개발행정을 수행하기에 알맞도록 정부조직을 개편하고 공무원 교육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실시,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되게 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돌이켜보면 총무처는 평상시에는 아이들 부모들의 귀중함을 모르다가 유고 시 그 힘이 어떻다는 것을 알게 되듯 대통령 이·취임식, 국장과 각 국 원수 영접, 정권교체기의 정부조직개편 등 행정개혁에 강력한 힘을 발휘, 빈틈없이 업무를 추진해 왔다. 총무처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은 ▲우수한 인재적극유치 ▲정보화·선진산업화에 대비한 행정전산화와 사무자동화 ▲우리 행정의 비능률·비합리적 요소 제거 ▲공직자의 윤리의식 제고로「국민의 진정한 공복」「열심히 일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 주는데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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