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하 사장 결재품의서 확보 “쉬쉬”/정보사땅 사기사건 수사주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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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딸들에 얼굴 못들게 됐다”울먹/박 회장 가명 입원실 경비삼엄/주식투자자 백여명 항의시위/검찰 “원씨 진술번복에 배신감”
○수사축소 의혹사기도
○…제일생명 하영기사장이 정보사부지 매입약정을 결재한 품의서를 검찰이 수사초기에 확보해 놓고도 이를 숨겨왔음이 드러나 사건배후의 존재와 검찰의 축소수사에 대한 의혹이 증폭.
10일 보험감독원에 따르면 윤성식상무와 정명우씨가 매매약정을 체결하기 이틀전인 지난해 12월21일 하 사장이 결재한 품의서 사본이 지난 3일 발견돼 6일 검찰에 통지했고,이에 앞서 검찰에 넘겨진 경찰의 수사기록에도 품의서 원본이 포함돼 있었다는 것.
그러나 검찰은 그동안 『하 사장과 윤 상무가 계속 엇갈린 주장을 하고있다』는 발표로 일관하며 품의서 발견사실을 숨겨오다 하 사장이 매매약정을 결재했다는 사실이 보도된 후에야 소환조사를 벌이는 등 축소수사의 인상.
○“TV 못보게 하라”
○…9일 오전 1시40분 영장이 발부된 정명우씨(55)는 구속이 집행되기 직전 수사관들의 양해아래 집으로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 『곧 구속된다. 딸아이들이 절대로 TV나 신문을 보지 못하도록 하라』고 당부.
정씨는 8일 밤 늦게 취재기자를 만난 자리에서도 『동생(정건중성무건설회장)을 원망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언론에 내가 완전한 파렴치범으로 보도되는 바람에 나는 딸 4명에게 얼굴도 들 수 없게됐다』고 울먹이기도.
○수사검사도 제지당해
○…조양상선 박남규회장이 지병인 당뇨병 악화로 입원하고 있는 서울대병원 본관 12층 221호 병실에는 환자명을 「박수일」이라는 가명으로 붙여놓고 회사직원들로 보이는 건장한 청년 6∼7명이 복도입구부터 외부인의 접근을 막는 등 과잉경비.
이 때문에 9일 밤 박 회장을 조사하기 위해 찾아간 박철검사 등 검찰관계자 4명도 『주치의 허가를 받아오라』는 말만 되풀이 하며 막무가내인 이들 청년들에게 한동안 저지당하다가 『도대체 당신들이 누군데 공무를 방해하느냐』는 고성과 함께 이들을 몸으로 밀치고 들어가 조사를 시작.
○“고위층 관련”소문도
○…정보사토지 사기사건이 터진 이후 폭락을 거듭,종합주가지수가 4년7개월전 5공때 수준인 5백23을 기록한 9일 서울 명동증권가는 투자자 1백여명이 주가하락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혈서까지 쓰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정보사 사건이 보도된 4일부터 증권가에는 『고위층 인척이 관계돼 있다』 『정부가 대선자금을 마련키 위해 주가를 더 떨어뜨린다더라』는 등의 루머가 나돌아 투자자들의 심리가 한층 더 위축된 상태.
투자자들은 『국가경제가 엉망인데 희소식이 들리기는 커녕 내로라는 금융기관까지 사기당하는 악재만 터지니 증시회생은 아예 물건너간듯 하다』며 정부와 이 사건에 관련된 국민은행·제일생명측을 성토.
○원씨 자술서 낭독도
○…서울지검 특수1부 검사들은 성무건설 회장 정건중씨의 부인 원용순씨가 참고인 진술이 끝나 검찰에서 풀려난뒤 모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에서의 진술과는 달리 『김영호 전합참자료과장으로부터 받은 79억여원을 다시 김씨에게 되돌려 줬다』고 주장하자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낀다』며 비난.
수사팀의 한 간부는 이와 관련,원씨가 검찰에서 본인이 직접 작성한 자술서를 취재진에게 보여주며 『김씨로부터 받은 봉투에 들어 있는 돈이 워낙 큰돈이어서 남편에게 전했다』라는 대목을 일일이 낭독해 주기도.
○김씨 전부인 잠적
○…김영호씨의 전부인 김모씨(47)는 3일전부터 자신소유의 서울 봉천7동 40평짜리 K빌라에서 잠적한 상태.
김씨의 집을 지키고 있는 먼친척이라고 밝힌 50대 여인은 『김씨가 3일전 모든 것이 귀찮다며 아이들과 함께 행선지도 밝히지도 않고 떠났다』고 말했다.
수사에 대비해 위장이혼 한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있는 김씨는 지난 3월 김영호씨와 이혼한후 시가 10억원 상당의 이 빌라 6가구를 지어 자신은 3층에 살며 나머지를 2억∼3억원씩에 분양했었다.
○사진기자 피하게 배려
○…검찰은 9일 오전 10시 제일생명 하영기사장(66)의 출두때 하 사장 수행원들과 사진기자들 사이에 심한 몸싸움이 있었던 점을 감안,이날 오후 11시20분 하 사장의 귀가때에는 하 사장이 1층에서 대기중인 사진기자들을 피해 야간에는 사용치 않는 지하2층 주차장을 통해 귀가하도록 배려.
검찰관계자는 『하 사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하 사장이 조용히 검찰청사를 빠져나갈 수 있도록 했다』고 말하고 『하 사장은 아들의 부축을 받고 집으로 돌아갔다』고 귀띔.
○취재진 출입 원천봉쇄
○…정보사부지 매각사건에 대한 세간의 높은 관심도를 반영하듯 50여명의 취재진이 서초동 검찰청사 8층과 12층 조사실을 돌아다니며 취재에 열을 올리자 검찰측은 보안에 각별히 신경이 쓰이는 눈치. 검찰직원들은 『상부로부터 「각 조사실 및 검사실에 취재진들의 출입을 금지토록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아예 각 검사방 등에 대한 출입 자체를 원천봉쇄.
○입감절차 30분 늦어져
○…9일 새벽 구속이 집행된 정명우·정건중·정영진 일당은 사전연락이 이루어지지 않아 교도관들이 도착하지 않는 바람에 특수부가 위치한 12층 복도에서 30분 이상이나 대기.
대기시간이 길어지자 성무건설 정영진사장(31)은 지루함을 견디기 힘든듯 고개를 빼내 복도 이곳저곳을 돌러보다가 수사관들에게 주의를 받기도 했으나 정씨 형제는 착잡한 표정으로 시종 고개를 떨군 모습.
검찰은 이날 이들을 서울구치소에 보내 입감절차를 마친뒤 곧바로 검찰청사로 다시 소환,밤샘 수사를 계속.
○김영호씨는 대머리
○…김영호씨(52)는 단정한 머리모습과는 달리 실제로는 대머리여서 가발을 사용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8일 구속된 김씨는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뒤 구치소 규율에 따라 소지품으로 가발까지 압수당해 검찰로 다시 호송돼 수사관실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급변한 외모 때문에 보도진들이 못알아볼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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