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제3인물 개입”/정 대리/“부당거래·명의변경 압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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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C·L·H」고발장 초고공개/사건전 작성… 국민은서 보관/2백50억계좌 하루 8번 입출금 “수수께끼”
전합참군무원 김영호씨 검거에 따라 정보사부지 매각 사기사건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으나 사기범 일당과 제일생명·국민은행간의 변칙·금융거래를 둘러싼 의혹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이는 금융거래의 창구당사자였던 제일생명 윤성식상무·국민은행 압구정서지점 정덕현대리가 검찰에서까지 상반된 진술을 계속 하는데다 문제의 통장이 하루에도 여덟번씩이나 1백억원이 넘는 거액 입·출금을 반복하는 등 비정상 거래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정인출 책임자로 지목됐던 국민은행 정 대리가 제일생명측의 허위잔고 증명서 발급요구 등에 시달리다 사건이 터지기 직전 제일생명 관계자를 수사당국에 고발하기 위해 작성한 「고발장」초고가 7일 국민은행측에 의해 공개돼 윤씨 외에 제3의 인물이 관련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사기범행의 중심인물로 떠오른 정건중씨가 지난 3월 교육부에 제출한 「중원공대 설립계획 승인신청서」에는 정씨가 부인 원유순·정영진씨 등 3명 명의의 3백24억2천6백82만원 예금잔액 증명서가 첨부돼 또 하나의 단서로 등장했다.
◇고발장=정 대리는 고발장 초안에서 고발의 대상인물을 윤 상무 아닌 「C·L·H」로 내세우고 이 사람이 윤 상무와 함께 92년 1월13일자로 통장을 개설한뒤 수십차례에 걸쳐 인출케한후 통장 명의변경을 요청하고 매월 처음 잔액이 유지된 것처럼 잔고증명을 떼주도록 압력을 행사,92년 5월까지 잔고증명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정씨는 이같은 일련의 사태로 볼때 자신이 함정에 빠져있다고 말하고 있어 제일생명측에 윤 상무외에 거래자가 있으며 은행원의 약점을 이용,부당한 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낳고있다.
◇통장의혹=윤 상무가 정보사 부지매입 계약금으로 지불,1월7일부터 같은달 17일까지 국민은행 압구정서지점에 입금됐던 2백50억원이 든 3개 예금계좌의 입·출금 내용을 보면 1백억원대 이상의 거액이 하루에도 최고 여덟차례씩 마치 장난하듯 빈번히 드나든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의 통장 가운데 가장 먼저 개설된 1백20억원짜리 통장(윤성식 명의)을 보면 1월7일부터 예금이 빠져나간 17일동안 무려 26차례나 1백20억원이라는 거액이 입·출금을 반복했다.
특이한 것은 첫번째 통장의 경우 1월14일 1백20억원이 들어왔다 그대로 나갔고 다음날에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등 대부분 같은 금액이 연쇄적으로 입·출금 됐다는 것이다.
금융전문가들은 당초 이 통장들의 총 예금액이 2백50억원이 아니라 맨처음 개설된 1백20억원 수준으로 실제액수보다 훨씬 많이 예금된 것처럼 보이기 위한 소위 「유령통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입·출금 반복사태가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있다.
제1통장에서 돈을 빼내 제2통장을 만들고 제1,2통장 예금액으로 다시 제3통장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잔고증명=중원공대 설립추진위원장인 정씨가 지난 3월30일 교육부에 낸 「중원공대 설립계획 승인신청서」가운데 「재산출연증서 및 제서류」난에는 ▲3월27일 국민은행 압구정서지점이 정씨 명의로 발행한 1백23억2천8백만원의 예금잔액 증명서 ▲3월12일 같은 지점이 정영진씨 앞으로 발행한 1백억9천8백만원의 예금증명서 ▲3월26일 상업은행 압구정지점이 정씨의 부인 원유순씨 명의로 발행한 1백억원의 예금증명서 등 모두 3백24억2천6백82만원의 예금증명서가 첨부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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