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염식」가마터 국내 첫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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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자기를굽는 가마에서 불길이 바닥을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벽을 타고 넘도록 설계된 도염식(도염식)가마터가 국내최초로 전남장성에서 발굴됐다.
목포대학교 고고인류학과의 최성낙교수를 단장으로 하는발굴단은 3일 전남장성군삼서면대도리 관동마을 상무대 이전 부지에서 16세기 말에서 17세기초의 것으로 추산되는 이조백자 요지를 발굴했다고 발표했다.
조선시대 일상용 백자를 생산하던 이 가마는 길이 23.5m, 폭이 국내최대인 2.8m에 5∼7도의 경사를 가진 연실식 등요(비스듬히 올라가는각도를 이룬 가마)로서 4개의 소성실(그릇을굽는 칸)과 1개의 아궁이, 4개의 불창(불길이 통과하도록 벽에 난 구멍)으로 이뤄져 있다.
지금까지 발굴된 우리나라가마는 모두 아궁이가 가장 낮은 위치에 있고 소성실과 소성실 사이에 있는 벽 바닥에 난 구멍으로 불길이 통과하는 방식인데 비해 이번에 발굴된 가마는 아궁이 바닥이 소성실 첫칸보다 높고 불길이·지상45cm 높이에 있는 4개의구멍(불창)을 타고 넘어가는방식, 즉 도염식이라는 특징이 있다.
발굴에 참여한 국립중앙박불관의 정량모 학예연구실장은 이에대해 『도염식 가마는 중국에는 더러있는 양식이나 국내에서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하고 『국내 유일한 양식인데다 거의 완전하게 남아있는 이 요지는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만큼 시급히 사적으로 지정,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실장은 특히 『이 양식이 중국에서 전해졌는지, 혹은 바람이나 가마의 방향을 감안해 독창적으로 설계된 것인지의 여부와 이 양식이 어째서 국내다른 곳의 가마로는 전파되지않았는가 하는 점이 연구과제』라고 말하고 『불길이 그냥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 회오리치며 내려오는 도염식으로 구어진 자기가 독특한 화학적 구성을 갖게 되는지의 여부도 앞으로 연구를 통해 밝혀져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이 가마는 또 국내 최대인 2.8m의 폭을 지녀 가마안에 지붕을 받치는기둥이 존재한다는점, 길이가 23.3m에 불과해 폭에 비해 짧다는 점이 특징이다.
종래의 가마의 폭은 대체로 1.3∼1.4m이며 넓어도 1.8m를 넘지않아 기둥이 없으며 길이는 30m이상인 것이 보통이다.
또한 이 가마는 다른 가마에는 없는 별도의 초벌구이 전용칸으로 마지막칸이 구성되어 있다는 점도 커다란 특징이다.
출토물은 순백자로서 사발·접시가 대부분이며 잔·항아리등 일상 용기가 일부 있으며 향로뚜껑 손잡이도 한점 출토됐다.
이 요지는 상무대 부지 이전을 앞두고 지난연말 전남대 박물관측에서 종합적인 지표조사를하는 과정에서 발견됐으며 지난5월초부터 2개월간 목포대 박물관팀이 발굴조사 해왔다.
이와함께 같은 상무대 이전부지인 장성군삼서면학성리일대에서는 백제계통으로 6세기후반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19기의 우실분과 1기의 지석묘가 발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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