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울어버린 실향민(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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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일 오전 강원도 철원군 금화읍사무소 앞마당에는 민통선내 조상묘찾기에 참여한 실향민들이 모여들었다.
북쪽 땅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읍사무소 마당에서 기다리던 실향민들은 지원나온 읍직원들을 붙들고 궁금한 일들을 물었다.
『율목리와 금곡리에는 못 들어간다는게 사실입니까.』
『비무장지대는 지뢰 등 때문에 위험해 아마 출입이 불가능할 겁니다.』
『비무장지대앞까지야 과거에도 출입이 가능했는데… 새삼스레 이런 캠페인을 왜 합니까.』
『우린 지원만 하기 때문에 잘 모릅니다. 기다려 보시죠.』
잠시후 군부대측에서 『안전문제 때문에 비무장지대에는 들어갈 수 없다』고 발표하자 실향민들은 크게 실망하는 모습이었고 일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미수복 경기·강원도민회가 주최하고 내무부·국방부가 후원한 이날 행사에 참석한 실향민은 87명.
그러나 이중 78명이 비무장지대 안에 묘를 두고 있어 조상묘를 찾는다는 기대가 출발도 하기전에 깨진 셈이 됐다.
『이번엔 정말 철책선안 갈대숲 어딘가에 묻혀있을 시아버지와 남편묘를 찾아 볼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6·25때 중국군이 퍼뜨린 전염병으로 숨진 시아버지·남편을 야산에 묻고 3살박이 아들만 데리고 피난왔다는 김학실씨(65)는 『앞으로 몇번을 더 울어야 고향에 갈 수 있느냐』며 울부짖었다.
도민회 남궁산사무총장(60)은 『비무장지대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을 단 한마디도 안했는데 실향민들이 절실한 생각에 지레짐작한 것 같다』며 실향민들에게 안쓰러운 눈길을 보냈다.
비무장지대가 더할 수 없이 위험한 곳인줄을 알면서도 지금까지 제한적일망정 민통선출입이 가능했던 것과 관련,「42년만에 민통선 개방」이라는 다소 과대포장된 정부발표를 「비무장지대내 성묘가능」으로 지레 해석할 만큼 실향민들의 「성묘소망」은 절실해 보였다.
비무장지대 남쪽에 있는 조상묘를 찾아 성묘한 일행을 한없이 부러워하는 성묘못한 실향민들의 눈길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철원=이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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