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석밥 양산시대 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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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컵라면처럼 잠깐만 데우면 막 지은 밥이 되는 즉석용기밥, 낚시나 등산중에 샌드위치처럼 간단히 요기할 수 있게 만들어진 레저밥, 나아가 성인병을 걱정하는 사람들을 위해 곡류를 엄선한 성인병예방밥….
먼 미래의 공상적민 얘기같은 이런 것들이 내년이면 우리현실로 된다. 소득수준의 향상, 생활의 변화와 함께 사람들이 밥을 덜 먹게 되면서 남아 돌고 있는 쌀의 소비촉진을 위해 농림수산부 산하 한국식품개발연구원이 2년여의 연구에 바탕해 내년후반께 시범적으로 짓게되는 밥공장이 그것.
거의 무인자동화로 하루 2만식(3백g정도 포장기준)씩 생산하게 될 이 밥공장은 앞에 예를 든 것 같이 소비자의 기호에 맞춘 각종 상품화된 밥들을선 보이는 한편 학교 등 대량급식기관에 도시락(백반)도 공급하게 된다.
현재도 하루 5천∼1만식씩을 특정수요처에 공급하는 도시락 생산업체들이 극히 일부 있기는 하지만 모두 많은 사람들의 손을 써서 그때그때 밥을 해대는 수공업적(?)단계라 이처럼 자동화된 일괄 생산공정으로 도시락은 물론 장기보존·유통이 가능한 다양한 밥상품까지 생산하는 본격적인 밥공장이 생기기는 처음이다.
『쌀의 소비를 늘리려면 역시 주된 식품인 밥을 많이 먹게 하는 방법이 최선일 것이고. 그러자면 생활의 편의를 우선하는 세태에 맞춰 종래 밥짓는 불편과 번거로움을 없애야 된다는데 착안했지요.』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연구원 쌀이용센터 김길환소장(공학박사)의 설명.
그러나 문제는 이런 상품화된 밥들이 사람들의 호응을 얼마나 방을 수 있을까 하는 점. 이점에서 쌀이용센터측이 자신하고 있는 것은 밥맛이다. 몇년전 일부 식품업체에서 특수처리된 레토르트식품으로 밥을 선보였다가 결국 실패한 원인이 사먹는 밥에 아직 익숙지 않은 사람들의 식습관보다는 막지은 밥같지 않은 제품의 떨어진 밥맛 때문이었다고 보고 이를 개선하는데 그동안 노력해왔다.
90년부터 김박사를 비롯, 5명의 박사들이 맛있는 밥을 짓는 기술을 데이터화하는 데 매달려 현재는 쌀의 품종및 수분함량 등에 따라 「어떤 쌀에는 어느 정도 불의 양, 뜸들이는 시간 등의 조건을 어떻게 맞추면 된다」는 노하우가 거의 확립된 단계라는 설명이다.
예컨대 좋은 쌀로 꼽는 추청(일명 아키바레), 그중에서도 밥맛이 가장 좋게 된다는 수분함량 16%정도인 쌀로 전자밥솔에 밥을 지을 경우 25도 상온에서 30분간 물에 불려 쌀의 수분함량이 30%정도 되게 한 다음 물을 쌀무게의 1.4배쯤 붓고 20분간 가열한 뒤 15분쯤 뜸들이는 것이 수분이 63%쯤 유지된 차지고 윤기 흐르는 맛있는 밥을 짓는 요령이라는 것.
좋은 품종의 쌀을 가지고 이같은 최적의 조건들을 기계에 입력해 생산하는 데다 이 밥을 크린룸에서 공기를 뺀 채 무균포장, 나중에 데웠을 때 밥맛의 손상없이 그대로 재생되게 처리되므로 가정에서 경험적으로 그냥 적당히 짓는 밥보다 확실히 밥맛이 좋게돼 있다는 얘기다.
밥맛을 처음 했을 때와 다름없이 유지할 수 있게 하는 포장기술에서 현재 2개월까지는 성공했고, 이를 6개월 내지 1년까지 장기보관·유통할 수 있게 하는 연구를 계속 진행중이다.
쌀이용센터는 현재 밥공장플랜트 설계및 내년에 건설되는 시범공장의 운영주체 등을 농협및 관련기업 등과 협의중이다.

<박신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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