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각은 '코드'가 아니라 능력본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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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에 이어 윤덕홍 교육부총리가 어제 사표를 제출했다. 장관들이 이렇게 잇따라 사표를 내는 이상 개각을 하루라도 미룰 이유가 없다. 하루빨리 마무리해 국정을 안정시키는 것이 좋다. 개각 예고 기간이 길면 공직사회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제 기자회견에서 정국돌파용 쇄신 개각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은 옳다. 정치적 이해를 위해 장관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행정의 효율성만 떨어뜨릴 뿐이다. 업무 능력과 관계없이 사람만 바꿔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흉내를 내는 것은 쇼에 불과하다.

하지만 소위 '코드'가 맞는다고 임명한 사람 가운데 함량미달의 장관들이 적지 않은 데도 이번에 적당히 손질하고, 총선 뒤 본격적인 개각을 하겠다는 구상엔 동의하기 어렵다. 기왕에 바꿔야 할 부적격 장관이라면 굳이 내년 4월 총선 이후로 미룰 이유가 없다.

더군다나 4개월 이상 미리 개각을 예고해서야 장관이나 공무원들이 일이 손에 잡히겠는가. 혹시라도 그것이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한 인사들을 배려해 자리를 마련하려는 발상이라면 더욱 용납할 수 없다. 또 대중적 인기를 얻은 장관을 출마시키기 위한 총선용 개각이 있어서도 안 된다. 아무리 총선에 모든 걸 건다 해도 국정운영보다 정파적 이해를 앞세울 수는 없는 일이다.

또 盧대통령이 개각 대상 장관을 고를 때 대통령의 판단에 앞서 국민의 평가를 존중하고, 업무 능력을 기준으로 삼겠다고 약속한 것은 높이 살 만하다. 이미 그 폐해가 확연히 드러난 코드에 따른 인사를 다시 해선 안 되며, 일할 사람을 골라야 한다. 장관이 시장원리도 이해하지 못하고, 이념적 편향성이나 당파성에 끌려다녀서는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

복잡한 이해관계를 풀어낼 갈등 조정능력과 업무 전문성을 가진 사람을 찾아야 한다. 특히 글로벌 체제에 맞게 국가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인선이 이뤄져야 한다. 교육경쟁력을 제고하고 공교육을 살릴 수 있는 사람,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할 무실역행의 사람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