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론 접은 '족집게' 김영익 대투 부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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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시황을 너무 나쁜 쪽으로만 읽었던 게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의 유일한 신중론자로 꼽혔던 대한투자증권 김영익 부사장(사진)이 마침내 손을 들었다. 그는 1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 2분기 및 연말 코스피 지수 전망치를 곧 상향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침 이날은 코스피 지수가 또다시 상승해 사상 처음으로 장중 1600선을 깬 날이다. 김 부사장은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강세장 속에서도 "5~6월 코스피 지수가 최악의 경우 1250선까지 급락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집해 왔다. 그런 김 부사장은 크게 두가지 상황을 잘못 판단했다고 말했다.

첫번째 착오는 국내 경제에 대한 판단이다. "당초 1분기 경제성장률이 3.7%에 그칠 것으로 봤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4%에 달했고 내수와 직결되는 민간소비 증가율도 전망치보다 좋게 나왔습니다."

초강세를 보이는 중국 증시에 우리 증시가 깊게 연동돼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게 또다른 '판단 미스'라고 그는 덧붙였다. 실제로 코스피 지수는 올들어 미국보다는 중국 증시와 훨씬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과열 우려에도 아랑곳 없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4000선에 올라서는 등 상승 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김 부사장은 그간 정확하고 한발 앞선 시장 관측 능력 덕에 '시황 전망의 쪽집게'로 통해 왔다. 2년 전인 2005년 코스피 지수 1000시대 개막도 그가 제일 처음 예견했다.

하지만 올들어선 가장 신중하게 증시를 바라보는 쪽에 서왔다. 2분기 안에 엔 캐리 트레이드자금(일본에서 싼 금리에 돈을 빌려 전세계 자산에 투자하는 돈)이 일본으로 회귀해 글로벌 증시가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급락 충격을 겪을 것이란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다. 김 부사장이 진두지휘하는 대투증권 리서치센터도 이런 그의 주장에 따라 2분기엔 코스피 지수가 1400~1580, 연말 최고치는 1650에 그칠 것으로 점쳐왔다. 주요 증권회사 가운데 가장 보수적으로 시황을 본 것이다.

김 부사장은 "주식 시장은 연일 강세를 보이는데 '나홀로 조정'을 외친 탓에 안팎의 비난과 지적으로 적잖게 마음 고생을 하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또 "'당신 때문에 투자 시기를 놓쳐 눈앞에서 수익을 놓쳤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잘못된 시황을 왜 고집하냐. 자숙하라'라는 등의 비난성 e메일이 매일 쏟아지고 있다"며 힘겨운 최근 상황을 토로했다.

그렇다고 완전히 백기를 든 것은 아니다. 김 부사장은 여전히 "2분기에 엔 캐리 트레이드 철수에 따른 충격 가능성은 계속 살아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물가가 예상보다 안정돼 6월 말로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렇게 되면 수그러든 엔 캐리 자금 위축 위기가 다시 불거질 수 있으며, 글로벌 증시도 급락할 것이란 게 김 부사장의 관측이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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