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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리더와의 대화] 5. 광시 자치구 차오바이춘 당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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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정덕구(鄭德龜) 교수='구이린 산수는 천하 제일이다(桂林山水甲天下)'는 말이 있듯이 명승지 구이린을 아는 사람은 많아도 구이린이 광시(廣西) 장족(壯族)자치구에 있다는 것을 아는 한국인들은 그리 많지 않다.

▶차오보춘(曹伯純)서기=한국이 동북아에 있지만 광시 자치구는 동남아에 가까워 다소 먼 편이다. 그러나 정보화 시대고, 항공편도 발달한 오늘날은 오히려 적당한 거리가 아닐까 싶다(웃음).

▶鄭교수= 중국의 개혁.개방 바람이 동부 연안에서 서부 내륙으로 거세게 불고 있다. 광시가 서부대개발 계획에 포함된 것은 그만큼 발전이 늦었다는 방증이 아닌가.

▶曹서기=전쟁이 많았던 탓이다. 신중국 성립 이전엔 군벌들이 난립했고 건국 이후엔 베트남을 도와 프랑스.미국 등과 전쟁을 치렀으며 또 베트남과도 전쟁을 하는 등 한동안 1980년대 말까지 전화(戰禍)가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때문에 광시의 본격적인 건설은 90년대 초반부터다. 이제 겨우 13년 됐다.

▶鄭교수=그런 사실을 감안하면 광시가 서부의 12개 지역 중 경제 총량이 쓰촨(四川)성에 이어 2위이며 또 중국 전체로 16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그동안 매우 빨리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曹서기=문제는 광시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낮다는 점이다. 올해 6천위안을 달성하고 2020년엔 3천달러 시대를 열어 광시의 모든 인민이 잘 사는 수준을 달성하도록 전력을 기울일 작정이다. 이 목표의 달성을 위해선 매년 9.8%씩 성장해야 한다. 하지만 광시의 잠재력은 연10.3% 성장이다.

▶鄭교수=가난한 사람에게 정말 무서운 건 꿈을 상실하고 좌절하는 것이다.

▶曹서기=그렇다. 광시는 현재 인민들에게 발전에 대한 절박감, 발전에 대한 욕구를 불어넣고 있다.

▶鄭교수=광시는 장족 등 소수민족이 4천8백만 인구 중 38%를 차지한다. 그들은 소수민족에 부여하는 정책적 혜택을 누리고 있다. 중국 내 여타 소수민족 자치구 등과 비교할 때 광시가 갖는 강점은 뭔가.

▶曹서기=먼저 지역적인 이점이 있다. 광시는 서부지역에서 유일하게 바다와 면하고 있는 곳으로 화남경제권과 서남경제권, 그리고 아세안 경제권의 중심에 서 있다. 이는 광시가 향후 중국 동부와 서부를 연결하고 또 중국과 아세안을 연결하는 창구가 된다는 것이다. 둘째, 알루미늄 등 광산자원과 전력.수자원이 풍부하다. 참고로 광시의 전력 요금은 광둥(廣東)성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셋째는 정책상 혜택이 많은 곳으로 소수민족 우대 외에 서부대개발상의 지원, 연해지구의 지원, 변경(邊境)지역의 지원 등이 있다. 이처럼 많은 네가지 방면의 정책적 지원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는 곳은 광시가 유일하다. 넷째는 광시 출신 화인(華人) 3백만명이 세계 92개 국가.지역에 진출해 있어 향후 광시 개발의 견인차가 될 것이다.

▶鄭교수=아세안과의 협력을 놓고 중국과 일본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원자바오(溫家寶)총리는 지난 10월 광시를 아세안 진출의 교두보로 확정했다. 아세안과의 협력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曹서기=중국과 아세안 10개국은 중국-아세안자유무역지대 건설을 위해 내년부터 광시 난닝(南寧)에서 매년 중국-아세안 박람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2004년 11월 첫 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 박람회는 아세안과 세계 상품이 중국으로 들어오는 창구이자 또 중국 제품이 아세안으로 진출하는 통로가 될 것이다. 상품의 교류는 또 자연히 인재와 자금의 교류를 가져올 것이다. 광시 입장에선 엄청난 기회다. 우리는 난닝 외곽에 1백69㎢의 중국-아세안 경제단지를 조성, 중국과 아세안 기업을 대거 유치할 계획이다. 광시는 또 매년 11월 초 난닝 국제민요예술제를 개최, 아세안과의 문화교류도 강화할 예정이다. 광시의 주요 행사가 11월로 잡힌 것은 매년 10월 말과 11월 초 광둥성의 광저우(廣州)에서 열리는 무역박람회에 참가한 이들이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 가까운 광시에 오도록 편리하게 맞춘 것이다.

▶鄭교수=한국의 일부 제조업들은 인건비 등의 문제로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고 있다. 중국으로 이전하는 기업도 많은데 어느 지역으로 가느냐가 문제다. 한국 기업이 광시의 어떤 분야에 진출하면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가.

▶曹서기=식품 가공업이 첫째다. 광시는 아열대 기후로 망고 등 과일과 수산물이 풍부하다. 둘째는 자동차와 전자제품 제조업을 꼽고 싶다. 값싼 노동력과 전력.수도 이용료는 차치하고 광시 정부와 인민이 한국 기업이 안전하고 안정되게 사업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 특히 중국과 아세안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려는 한국 기업 입장에서 광시는 투자 적지다. 관광분야 역시 잠재력이 크다. 광시엔 4대 절경이 있다. 첫째가 세계적 명승지인 구이린, 둘째는 겨울 수영이 가능한 베이하이(北海), 셋째는 기이한 폭포로 유명한 더톈(德天)폭포, 넷째는 세계적 장수촌인 바마(巴馬)현 소수민족 밀집 거주지역이다. 모두 한국인들의 투자를 바라고 있다. 한국 투자자들에게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광시가 중국 동부 연안에 이어 이제 막 떠오르는 후발 발전지역으로서 광시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리란 점이다.

▶鄭교수=외자 유치에서 광시가 맞닥뜨린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극복할 생각인가.

▶曹서기=지난 10월 현재 광시에 세운 외국 기업은 8천개로 업종은 부동산.건축업.서비스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3천만달러 이상을 투자한 외국기업도 56개에 이르며 외국 기업의 실제 광시 투자액은 80억달러를 넘어섰다. 최근 문제는 인재 부족이다. 중국에 '공작이 동남으로 날아가다(孔雀東南飛)'란 말이 있다. 원래 많지 않았던 인재가 과거 동부 연안개발 붐에 편승, 광시를 떠났다. 때문에 광시는 현재 경영관리, 대외무역, 첨단산업 인재 유치와 양성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鄭교수=광시는 천혜의 자원을 갖고 있는 데 비해 외부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느낌이다.

▶曹서기=외국인 투자자를 전담하는 대외무역경제합작청 안에 한국 전담 데스크를 설치하는 등 한국 관련 업무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내년엔 광시의 고위급 인사와 상공계 인사들로 구성된 대표단을 한국에 파견, 광시 투자 유치 설명회를 개최하겠다.

정리=유상철 베이징 특파원

*** 광시는

中최대 낙후지역서 변신…아세안과 자유무역 추진

베이징에서 기수를 남서로 돌려 3시간반을 날아 도착한 광시 장족자치구엔 생기가 넘쳤다. 12월 중순 베이징은 영하의 추위에 떨었지만 광시 남단인 베이하이에선 관광객들이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 또 광시의 구도(區都)인 난닝에선 3만㎡의 전람장과 3만5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노천극장까지 갖춘 초대형 컨벤션 센터의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도시 곳곳엔 '아세안의 이웃 광시'란 표어가 보인다. 지난 10월 원자바오 총리가 난닝을 중국-아세안 박람회 개최지로 선포한 데 따른 것이다.

광시는 한반도보다 조금 큰 23만㎢로 인구는 4천8백만명이다. 1인당 GDP가 구이저우(貴州)성과 간쑤(甘肅)성에 이어 중국 전체 성.자치구 중에선 밑에서 셋째일 정도로 낙후됐다. 그러나 광시는 지금 아세안과의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목표로 새롭게 깨어나고 있다.

내년 1월 1일을 기해 아세안과의 관세를 대폭 내린다. 5백60종의 농산품에 대해 기존 아세안 6개국과는 2006년까지, 후발 아세안 가입 4개국과는 2010년까지 관세를 없앨 예정이다. 아세안 국가들과 광시의 교역액은 연 20%씩 늘어나는 고속 성장 추세. 지난해 6억2천7백만달러를 기록, 아세안이 광시의 최대 무역 파트너가 됐다.

특히 5억2천만명의 인구와 연간 총생산액 7천억달러의 아세안 10개국의 파워가 커지면서 광시의 경제 또한 계속 힘을 얻을 것이란 전망이다.

*** 차오보춘 당서기는

중앙위원 연임한 정계 실력자

단아하고 온화한 얼굴, 따뜻하고 차분한 말씨. 그러나 단호한 의지와 추진력이 엿보이는 차오보춘 당서기는 전형적인 중국 지도자다. 올해 62세로 인재 배출이 많기로 유명한 후난(湖南)성 출신. 후난 주저우(株洲)항공공업대학을 졸업, 교편을 잡았으나 그 학교가 폐교되면서 항공기 엔진공장으로 바뀌자 엔지니어로 10여년을 일하기도 했다. 조용하면서도 맡은 일은 책임을 지고 끝까지 추진, 후난성 부성장과 랴오닝(遼寧)성 당부서기 등 요직을 역임했으며 1992년 한.중 수교 당시엔 다롄(大連)시 당서기로 한국 기업의 다롄 유치를 위해 애를 썼다.

특히 당시 다롄시 시장이던 부시라이(薄熙來.현재 랴오닝성 성장)와 함께 다롄을 중국에서 가장 깨끗하고 개방된 국제 도시로 만드는 데 큰 공을 세웠다. 97년부터는 광시 자치구 당서기에 임명돼 현재는 광시 개발을 위해 전력투구 중이다. 중국 공산당 15차와 16차 당 대회에서 1백98명 중 한명인 중앙위원으로 거듭 뽑힌 중국 정계 실력자 중의 한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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