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수출 대국, 인도·멕시코.필리핀 順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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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인도.멕시코.필리핀 등이 최대의 인력 수출국인 것으로 집계됐다.

16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발간한 2003년도 통계 핸드북에 따르면 2001년 기준으로 해외노동자의 자국 송금액이 가장 많은 국가는 인도(1백2억2천8백만달러)였다. 멕시코(99억2천만달러)와 필리핀(61억6천만달러)은 각각 2, 3위를 기록했다.

특히 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일자리를 잃은 농촌인구들이 대거 외국으로, 특히 미국으로 밀려나가는 바람에 인력 수출이 늘었다.

보조금을 받아 가격이 싼 미국 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왔기 때문이다. 9.11 테러 이후 3천2백㎞에 이르는 미국 국경의 경계가 삼엄해졌지만 먹고 살기 위해, 목숨을 건 멕시코인들의 미국행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 불법 노동자인 이들이 올해 본국의 가족들에게 보낸 돈은 1백4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필리핀도 전체 8천만명 국민 중 10%에 육박하는 7백40만명이 해외에서 일하고 있다. '슬픈 외화벌이'인 셈이다.

이들 국가 외에 해외노동자의 자국 송금액이 10억달러 이상인 나라는 모로코.이집트.터키.방글라데시.요르단.도미니카.엘살바도르 등이었다.

조사 대상인 50개 국가 가운데 해외에서의 송금액이 상품.서비스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우간다(71.8%)였다. 해외송금액(4억8천만달러)이 우간다를 먹여 살리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들의 2001년 해외송금액이 가장 많은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였고, 쿠웨이트.오만.바레인 등 중동 산유국이 4위까지 차지했다. 한국은 5위였다. 한국의 외국인 노동력 의존도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한편 해외에 진출한 한국 노동자의 국내송금은 1990년 10억3천7백만달러에서 2001년에 6억5천2백만달러로 줄었다.

한국은 해외노동자의 국내송금액 기준으로 50개 국가 중 90년에 9위였으나 2001년엔 24위로 밀렸다.

반면 외국인 노동자들이 국내에 대거 진출하면서 이들의 해외송금액은 1990년 3억6천4백만달러에서 꾸준히 늘어 99년에는 6억8천6백만달러로 한국인 노동자의 국내송금액(6억6천6백만달러)을 추월했고 2001년에는 10억달러를 넘어섰다.

UNCTAD에 근무하는 한 한국인 직원은 독일의 탄광, 오대양의 원양어선, 중동의 사막, 동남아의 정글에서 한국 노동자들이 고생하며 보낸 송금이 경제발전에 기여했는데 이제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송금액이 더 많은 것을 보니 격세지감이 든다고 평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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