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우선' 현 정부서 양극화 사상 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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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가 복지 우선을 외치고 있지만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 지난 1분기 빈부 격차는 통계 작성 후 최대로 벌어졌다.

연초 대기업의 상여금 지급과 증시 호황으로 고소득층의 호주머니 사정은 더 두둑해졌다. 이에 비해 저소득층의 소득증가 속도는 소득 상위계층보다 훨씬 뒤진다.

통계청이 9일 발표한 1분기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2인 이상 전국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325만1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2% 늘었다. 2분기 기준으로는 2004년 6.8%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연초 대기업 상여금 덕분에 근로소득이 7.9%나 늘었고 배당.임대료 수입 증가로 재산소득이 24.4%나 증가했다. 반면 사업소득은 2.2%가 감소해 자영업자는 재미를 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소득은 크게 늘었으나 소비는 월 평균 229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4.2%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지만 공공요금과 집세가 올라 교통.통신비와 주거비 지출이 10%가 넘게 증가했다. 소득 증가에 따라 세금은 17.1%가 늘었으며 사회보험료 부담도 8.7% 증가했다. 반면 식료품, 교양.오락, 의류 및 신발에 쓴 지출은 제자리걸음이거나 줄었다. 세금과 공공요금 탓에 제대로 소비를 늘릴 여력이 줄었다는 이야기다.

소득 수준별로 소득의 증가 속도는 차이가 났다. 상위 20% 소득계층의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8.2% 늘어난 반면 하위 20%의 소득은 7.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의 8.4배에 달해 지난해 1분기(8.36배)보다 빈부 격차가 확대됐다. 도시근로자 가구로 범위를 좁혀 봐도 이 배율은 5.95배로 지난해 1분기(5.8배)보다 높아졌다. 전국 가구의 30.9%가 번 것보다 쓴 게 많은 적자 가구였다. 특히 하위 30%는 적자 가구 비율이 54.1%에 달했다.

소득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하위 20%에 저소득 고령가구가 몰려 소득이 더디게 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반면 상위 20%에는 성과급을 받는 고소득 가구가 몰려 기업실적이 좋아질수록 소득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연구위원은 "저소득층도 예외없이 내야 하는 세금이나 공공요금이 오르면 똑같이 지출해도 고소득층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소득 격차가 벌어진다"며 "저소득층의 소득이 꾸준히 늘고 있는데도 빈부 격차가 벌어진 건 세금과 공공요금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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