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특별히 막을 이유없다”/삼성 상용차진출­정부·업계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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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기술개발 등 통해 국제경쟁력 강화 삼성/출혈경쟁으로 산업기반 위축 우려 업계
삼성중공업의 대형트럭 및 특장차 생산을 둘러싼 공방전이 23일 삼성의 기술도입신고서 제출에 따라 7월초 판가름나게 됐다.
상공부는 기술도입신고서 수리여부에 관해 아직까지 공개적 입장천명이 없으나 한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현재까지 기술도입신고서가 수리되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으며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는 매우 드물었다』며 삼성의 기술도입신고서를 특별한 하자가 없는한 수리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상공부의 또다른 관계자도 『상용차 시장은 외국인 투자가 자유화돼 지난해의 경우 3억6천만달러(5천1백대) 상당의 트럭이 수입·판매됐으며 내년부터는 도요타 등 외국 메이커의 상륙이 예상되는데 구태여 국내기업인 삼성의 진출을 막을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미 지난 90년 상용차 시장에 나서려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는 삼성은 이번에는 진출에 상공하겠다는 집념을 보이고 있다.
삼성은 89년부터 자동차산업의 합리화업종지정이 이미 해제돼 있고 특히 대형트럭의 수입은 완전개방돼 있으며 기술도입은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어 국내업체의 신규참여가 제한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삼성은 또 이미 굴삭기·지게차 등 건설중장비를 생산해왔기 때문에 대형트럭 등의 생산은 기종추가일 뿐이며 더구나 승용차생산을 하겠다는게 아니라고 밝히고 상용차의 재고·감산도 건축경기진정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지 7차 5개년계획의 사회간접자본 투자확충으로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 김인수사장은 『이 사업은 건설중장비사업의 합리화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으로 추가투자는 2백50억원에 불과하다』면서 특혜설을 부인했다. 또 삼성은 이미 특장차를 생산한 경험이 있으며 이번 투자는 엔진,액셀러레이터 등 외국에서 수입해오면 부품을 국산화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김 사장은 오히려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기술이전기피가 양국간 현안이 되고 있는 이때 일본이 매출액의 2.5%라는 비교적 싼값(통상 매출액의 3%를 로열티로 지불)에 우리에게 고급기술을 제공하는 것은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라면서 『이를 계기로 국내 업체간에 기술개발과 품질경쟁을 촉진시켜 국제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오는 97년까지 국산화율을 95%로 끌어올리는 한편 연간 1천4백40대(총생산대수의 30%)를 수출하는 전략산업으로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아자동차 등 기존업계는 최근의 경기침체로 상용차 재고가 2천여대에 이르고 공장가동률도 50%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삼성이 신규참여할 경우 출혈판매로 인해 산업기반이 무너질 우려가 있다며 반발을 늦추지 않고 있다.
기존업체는 22일부터 각 일간지에 삼성의 상용차시장 진출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잇따라 게재했으며 김영삼민자당대표와의 면담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최대 자동차메이커인 현대는 「삼성이 진출해도 별 문제가 없다」며 업계의 공동보조에 소극적이며 한라중공업 등 상용차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는 기업들은 「자유경제체제에서 신규참여를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한종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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