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도바 전투재개 1000명 사상/휴전합의 깨고 3개도시 진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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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곳곳 건물파괴… 주민 우크라로 대피/유엔 특별조사단 금주내 파견 【벤데리·티라스폴=외신 종합】 몰도바내 슬라브계 집단거주지 드네스트르지역 독립을 둘러싸고 무력충돌을 빚고있는 몰도바정부군과 슬라브 분리주의자들이 23일 전날의 휴전합의를 깨고 미그기와 탱크를 동원,치열한 전투를 벌여 사상자 1천여명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들은 이날 새벽 몰도바군이 탱크와 미그기를 동원해 전략거점인 벤데리 등 3개 도시로 진격,러시아·우크라이나인 민병대를 공격하면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몰도바정부는 구소련 14군의 지원을 받은 슬라브계가 경찰서를 습격,먼저 휴전을 위반했으며 사상자수도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대 격전지인 벤데리시에서는 많은 건물들이 파괴되거나 불탔고 거리 곳곳에 시체가 널려 있었으며 주민 수천명이 이웃 우크라이나로 대피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24일 현재 전투가 일시 중단된 틈을 타 사망자가 집단매장되고 있다고 인테르팍스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는 휴전이 깨진후 성명을 발표,몰도바가 집단학살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했으며 몰도바도 러시아가 『선전포고 없는 전쟁을 수행중』이라고 맞서 양측간 충돌위기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편 드네스트르 슬라브계 지도자들은 이날 자치확대 아닌 완전독립만이 사태의 해결책이라는 강경입장을 천명했으며 몰도바의회는 유엔개입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유엔은 사태수습을 위한 특별조사단을 이번주중 몰도바에 파견하기로 했다.
◎몰도바내전의 역사적 배경/구소가 루마니아서 강제 편입/“재탈환” 천명에 러계 독립투쟁
몰도바내 슬라브계 집단거주지 드네스트르지역의 독립을 둘러싸고 최근 수개월째 계속돼온 몰도바정부군과 드네스트르 민병대간 무력충돌이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양측은 23일에도 전선을 더욱 확대함으로써 평화해결전망을 무산시키는 한편 전날의 휴전합의를 계기로 다소 수그러들었던 국제전화 우려를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몰도바사태가 이처럼 단순한 내전에 그치지 않고 주변국들이 뒤엉키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것은 몰도바의 복잡한 민족구성과 역사 때문이다.
원래 루마니아영토에 속했던 인구 4백40만명의 몰도바는 2차세계대전 발발직후 구소련에 강제편입됐으나 지난해 12월 구소련 해체와 더불어 본격적인 루마니아와의 합병움직임을 보여왔다. 루마니아 역시 지난 1월20일 일리에스쿠대통령이 「몰도바탈환」의지를 공개리에 천명하고 몰도바에 용병과 무기를 지원해 왔다.
한편 이미 지난 90년 10월 드네스트르강 동쪽지역을 「드네스트르공화국」으로 선포,몰도바의 루마니아 편입에 대비해온 러시아인·우크라이나인 등 60여만 슬라브계 주민들은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독립투쟁에 돌입하게 됐다. 러시아는 표면상으로는 중립을 유지하면서도 러시아관할하의 드네스트르주둔 구소련 14군의 드네스트르분리파 지원과 러시아인 카자크병의 원정출병을 눈감아주는 형식으로 「드네스트르공화국」을 지원해 왔다.<정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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