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극장(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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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960년대를 세계의 음악애호가들은 잊지 못한다. 유명한 베를린 필하머니의 연주회관을 비롯해 뉴욕의 링컨센터,암스테르담의 콘체르토 헤보의 연주회관 등이 신축 개관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평론가는 이 연대를 음악예술과 조형예술의 만남,또는 시간예술과 공간예술의 만남이라고 말한다. 음악은 흘러가는 것이고 건축은 머물러 있는 것. 그런 대립되는 예술과 기술의 행복한 결합은 한시대의 문화를 풍요롭게 가꾸어 준다.
60년대에 신축된 음악전용 건축물 가운데서도 첫 손가락을 꼽는 것은 바로 베를린필하머니 콘서트홀이다. 63년 10월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환희의 송가」 합창으로 개관 테이프를 끊은 이 콘서트홀은 여러가지 면에서 신기원을 이룩했다. 우선 전통적으로 무대는 전면 높은 곳,청중석은 그 밑에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무대를 홀의 중앙에 배치했다. 그래서 무대를 빙 둘러싸고 비탈진 객석에 앉은 청줄들은 지휘자와 연주자들을 발아래로 굽어보며 음악을 즐길 수 있다.
무대가 이러하니 종전에는 지휘자의 등만 보던 청중들이 자리에 따라서 앞모습·옆모습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청중끼리도 서로 얼굴을 마주 할 수 있어 음악의 감흥을 더욱 만끽할 수 있다. 이것을 설계자 한스 샤룬교수는 음악의 생산자와 소비자라는 일반적 관계를 지양,청중도 음악의 창조작업에 공동참여시킨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콘서트홀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그 화려한 건축물에 있는게 아니다. 베를린 필하머니 오키스트라라는 세계정상의 소리에 있다. 그런 찬란한 예술을 그들은 80년이란 긴 세워동안 셋방살이를 하면서 무르익혀 왔다.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자기집을 가진 것이다.
엊그제 예술의 전당에서는 내년 2월 완공목표로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 축제극장 설명회를 가졌다. 이 축제극장을 비롯한 예술의 전당 모든 시설은 그 규모나 기능면에 있어 콘서트홀 하나 뿐인 베를린 필하머니홀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 그러나 그 「전당」과 만날 「예술」이 아직 아무것도 없는게 안타깝다.<손기상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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