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 앞날 “불안”/미­러 정상회담 이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강경파,핵감축 저지투쟁 불사/미군포로 구소이송 근거없다/현금없는 경제지원약속 허구/쿠데타설 등 국내 반발 거세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은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 동반자관계를 구축하고 전략핵무기 대폭감축,미국의 경제지원 확대 등에 합의하는 정치적 성과를 거두었으나,이에 대해 강경파들이 대미 굴복이라며 강경투쟁을 천명하는 등 방미결과를 두고 러시아 국내에서 반발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 최고회의내 강경파들은 18일 옐친대통령이 미­러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장거리 핵무기 추가감축을 저지하기 위해 강경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선언했다.
극단적 민족주의그룹 「예딘스트보(화합)」 지도자 니콜라이 파블로프는 이날 이번 전략핵 감축합의는 수십년간에 걸친 자본주의와의 경쟁 끝에 서방에 완전 굴복하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보수주의자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무장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러시아 언론들은 전략핵 감축협정을 일단 환영하면서도 러시아가 미국에 너무 많이 양보했다는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한편 한국전과 월남전 당시 미군 포로가 소련으로 이송됐다는 옐친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소련 대통령과 베트남정부 등 당사자들은 일제히 근거없는 일이라고 부인,옐친대통령 발언의 신뢰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미 국방부 관리들도 옐친대통령의 발언에 의문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통역상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한국전 당시 미군포로 1명을 찾기 위해 미­러합동조사단이 18일 북극 근방 페초라 노동수용소를 전격방문했으나 미국인은 수용돼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 옐친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크게 기대했던 미국의 경제지원확대도 실속이 없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시대통령으로부터 서방이 러사아에 제공키로 한 2백40억달러중 미국몫인 21억달러를 조기집행할 수 있도록 「자유지원법안」 통과에 힘쓰고 국제통화기금이 러시아를 돕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을 약속받았으나 필요한 현금지원은 얻어내지 못했다고 비판받고 있다.
한편 세르게이 샤흐라이 전 러시아부총리는 옐친대통령이 급진경제개혁에 반대하는 세력의 쿠데타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샤흐라이 전부총리는 올 가을이나 겨울께 극단적 민족주의자들이 노동자들을 끌어들여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이는 구소련 몰락에서 비롯된 러시아인들의 자존심 손상에 연유한다고 말했다.
이번 방미결과 옐친대통령의 국제적 위상은 높아졌지만 비판세력들은 옐친의 방미결과는 러시아의 양보와 미국의 형식적 지원에 불과하다고 혹평하고 있어 옐친대통령의 국내적 입지는 나아진게 없다는 것이 분석가들의 지적이다.<곽한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