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M&A할만 한 기업 목록 만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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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론으로 유명한 미국 종합화학 회사 듀폰이 한국 진출 30년을 맞았다. 듀폰은 1977년 5월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 연락사무소를 세우면서 국내에 진출했다.

원철우(55.사진) 듀폰코리아 사장은 7일 서울 조선호텔에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2010년까지 매출 10억 달러를 달성해 한국 경제 규모에 걸맞는 듀폰코리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매출은 진출 첫 해 수백만 달러에 그쳤지만 지난해 6억 달러(5700억원)로 성장했다. 지사장 한 명이던 직원 수는 420명이 됐다. 지난해 말에는 1억불 수출탑도 수상했다. 하지만 듀폰코리아의 매출은 듀폰 글로벌 매출의 2%에 불과하다.

원 사장이 내 건 성장 전략은 반도체.디스플레이 같은 전자 소재와 자동차용 소재에 역점을 두면서 기업의 인수.합병(M&A)을 추진하겠다는 것. 그는 "지난해부터 국내 기업 목록을 작성해 M&A를 검토해 왔다"고 말했다. 눈에 확 띄는 업체는 아직 없지만 전자 업종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와 협의 중인 디스플레이 분야 투자는 올해 안에 구체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듀폰은 국내에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경기도 이천과 울산에 공장을 세웠다. 지난해에는 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한국의 투자 환경에 관해 원 사장은 "경제규모에서는 일본, 성장속도에서는 중국, 유연성에서는 대만에 뒤지는 게 단점"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한국의 사업 파트너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본사를 설득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듀폰은 프랑스 혁명 때 미국으로 망명한 E I 듀폰이 1802년 델라웨어주에 세운 화약 공장에서 비롯됐다. 1930년대에는 나일론과 눌러붙지 않게 코팅하는 재료인 테플론 등 화학섬유와 소재를 만드는 회사로 컸다. 90년대 이후에는 에탄올 등 바이오 연료와 옥수수 소재에서 추출한 바이오 소재를 개발하면서 '종합과학회사'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원 사장은 서울대 재료공학과를 나와 대우실업에서 근무하다 듀폰으로 옮겨 26년째 일하고 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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