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아마바둑 선수권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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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제14회 세계아마바둑선수권전」에는 북한의 문영삼군(13)이 최연소자로 참가, 관심을 끌었다.
북한은 89년8월 국가체육연합회 산하에 바둑협회를 결성, 평양의 청춘거리에 바둑회관을 마련하고 「바둑은 고유의 민속놀이」라는 새로운 해석과 함께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는데 문군이 그 첫 성과인 셈이다.
문군은 프로에게 석 점으로 버틸만한 기력이니까 우리의 아마3, 4단 수준쯤 된다. 따라서 아직은 세계무대에서 우승을 다투기에는 크게 미흡하다.
이번 대회에서 거둔 성적은 40개국 40명중 15위. 문군의 성적이 이처럼 저조한 관계로 남북대국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승패를 떠나 남북이 공식대국을 벌인다는 자체만으로도 뜻깊은 일인데 아쉽다.
중1년생인 문군은 북한팀 감독 문정홍씨(50·바둑협회 비서장)씨의 아들이며, 북한팀 단장은 바둑협회회장 김원균씨(48)씨. 문정홍씨는 과거 북송선을 탔던 재일동포 출신으로 우리의 아마2단 수준이다. 아들에게 바둑을 가르쳤지만 지금은 거꾸로 두 점을 놓는다고 하니 이야말로 청출어람이라 할까.
문군은 기재가 비범하여 잘 다듬는다면 머지않아 무서운 바둑이 될 것이라는 게 한국팀 단장 정동식씨(프로기사)의 진단이다. 바둑은 두뇌의 스포츠이며 우리민족의 두뇌는 어떤 민족보다 우수하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바둑 불모지였던 북한에서 문군 같은 기재가 나온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세계아마바둑선수권전」에 중학생이 참가한 기록은 한국의 유창혁이 최초이며, 그때 중국의 왕군(현 프로8단)에게 다 이겼다가 끝내기에서 실수하는 바람에 준우승에 머물렀었다. 또 작년에는 대만의 하함예군이 역시 중학생신분의 최연소 참가자로 우승문턱에서 일본선수에게 과거의 유창혁처럼 역전패해 준우승에 그쳤었다.
하군은 응창기씨가 친손자처럼 애지중지 키우던 재목으로 서울에서 수개월간 오송생 9단의 지도를 받고 나서 크게 개안, 「세계청소년대회」 우승과 「세계아마대회」 준우승 등 급성장함으로써 장래가 크게 촉망되었다.
그런 하군이 고집불통(?) 홀어머니 강압에 의해 바둑을 끊고 미국 뉴저지주로 유학, 이모 집에 기거하며 학교에 다니고있는데 응창기씨에게 『바둑을 두고싶습니다. 구해주세요』라는 전화가 두 번이나 걸려왔으나 법적인 친권자도 아닌데다가 여권도 감춰둔 상황이어서 응창기씨는 속수무책으로 애만 태우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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