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간 연평균 22.2% 수익 올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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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호 23면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글로벌 스페셜 시추에이션(Global Special Situation)펀드는 ‘특별한 상황’에 처해 저평가된 종목을 집중 발굴해 투자한다. 그러고는 시장이 숨은 진주의 진가를 인정해줄 때까지 끈질기게 기다린 뒤 고수익을 실현한다.

글로벌 스페셜 시추에이션 펀드는

이 펀드는 1979년 12월 앤서니 볼턴이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에 영입되면서 설정됐다. 그래서 그냥 ‘볼턴펀드’라고도 불린다. ‘볼턴을 위한, 볼턴에 의한, 볼턴의 펀드’인 셈이다. 배당소득이 아닌 자본이득을 목표로 했다. 기대수익률이 낮은 채권 같은 것은 아예 편입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펀드매니저의 능력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펀드이기도 하다.

다행히 볼턴이라는 임자 덕분에 이 펀드는 첫 거래가 시작된 1980년 1월 이후 승승장구했다. 이후 26년 동안 연평균 22.2%(복리)라는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 기간 동안 비슷한 성격의 다른 펀드들의 연평균 수익률은 13.7%에 지나지 않았다. 벤치마크인 영국 FTSE전종목지수의 연평균 상승률은 14.9%였다. 게다가 볼턴펀드는 26년 연속 시장 평균을 초과하는 진기록을 달성했다(누적평균 기준).

비슷한 성격의 미국 마젤란펀드(피터 린치가 운용)는 1977∼90년 사이에 11년 연속 S&P500지수의 상승률을 능가했을 뿐이다. 마젤란펀드의 연평균 수익률(29%)이 볼턴펀드보다 높기는 하다. 하지만 마켓 비팅(Market Beating: 시장 평균 이상의 수익률 달성) 기간이 길어질수록 수익률이 낮아지는 게 펀드업계의 일반적 현상이다. 피터 린치가 1990년 은퇴하지 않고 볼턴처럼 26년 현역으로 뛰었다면 그의 수익률이 29%보다 낮아졌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한 펀드의 최선진국인 미국의 펀드평가회사인 모닝스타에 따르면 볼턴펀드처럼 전 세계 주요 시장의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미국 펀드 가운데 최고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는 US 글로벌 이콜레이드 이스턴(규모 120억 달러)으로 연평균 수익률이 20.69%(최근 10년 누적 평균)밖에 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한 간접 투자가가 볼턴펀드 설정 시점인 79년 12월에 1000파운드(약 186만원)를 맡겼다면, 2006년 말 현재 13만 파운드(약 2억4100만원)를 찾아갈 수 있었다. 130배에 달하는 수익을 거둔 셈이다(그래프 참조).

물론 고수익 이면에는 고위험이 따른다. 볼턴은 시장 평균 이상의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비슷한 성격의 펀드보다 높은 수준의 리스크를 감수했다. 그러나 “그가 그런 고위험을 지속적으로 감수하면서도 실패하지 않고 ‘아주 꾸준하게’ 마켓 비팅했다는 것 자체가 경이롭다”고 영국 펀드평가회사인 WM의 수석 애널리스트 알러스터 맥도널은 말했다.

그래서 전 세계 펀드매니저들은 그를 ‘투자세계의 해리 포터(마법사)’로 부른다.
현재 볼턴펀드의 자산은 60억 파운드(11조원)에 이른다. 79년 12월 설정 시점보다 무려 2000배 이상 불어났다. 펀드매니저 볼턴의 실적에 반한 투자자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볼턴펀드는 글로벌 시장에서 중소형주 중심으로 투자하는 펀드 중 최대 규모로 꼽힌다.

이 펀드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은 영국 최대 석유회사인 BP(전체 자산의 5.9%)다. 이어 영국 정보통신(IT) 지주회사인 리드 엘스비어(5.0%), 소매유통회사 테스코(4.2%) 순이다. 미디어 종목을 선호하는 볼턴의 취향에 따라 영국 ITV(3.0%), 통신사인 로이터그룹(2.7%)도 대량 보유하고 있다.

스페셜 시추에이션 펀드는 올 연말 두 개로 분리된다. 절반은 앤서니 볼턴이, 다른 절반은 조르마 코르호넨(41)이 맡아 운용한다. 볼턴은 코르호넨을 후계자로 지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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