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동독 정치인들 신당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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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독일통일 후 「자의반 타의반」으로 정치일선에서 밀려나고 있는 구 동독출신 인사들이 가칭 「동독당」을 결성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통일이후 기대했던 생활수준의 향상은 이뤄지지 않고 동서주민간 이질화의 골만 깊어 가는데 대한 구 동독 주민들의 반발을 대변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동독당 창당의 주역은 페터 미하엘 디스텔 기민당 의원. 통일직전 구 동독의 내무장관을 역임했던 그는 통일 후 기민당 브란덴부르크 주 지구당 의원단장(원내총무격)을 지내다 지난5월 구 서독출신 울프 핑크 위원장과의 불화로 사임했던 인물이다.
수개월 전부터 창당작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디스텔 의원은 4일 언론에서 이미로타 데 메지에르 구 동독총리와 이 문제에 대해 협의를 거쳤다고 공개했다. 구 동독의 마지막 총리로 통일 후 본의 정치무대에서 활약이 기대되던 데 메지에르는 비밀경찰 슈타지 관련혐의로 시달리다 울프 핑크에게 기민당 브란덴부르크 주 지구당 위원장직을 넘겨주고 사실상 정계를 은퇴한 상태다.
디스텔 의원은 신당의 목적에 대해 『구 서독의 정당들인 기존정당에 불만이 있는 구 동독 주민들을 대변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노선은 온건중도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있다.
이에 앞서 3일 기민당 브란덴부르크 주 지구당의 의장단에 속해있는 마르쿠스 페테 의원이 오는9월 신당이 창당될 것이라고 공개했다.
구 동독출신 인사들이 동독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통일에 따른 필연적인 수순으로 이해되긴 하지만 구 동독출신 인사들은 통일이후 지금까지 철저하게 냉대받는 신세가 되고있는 게 사실이다. 데 메지에르 전 총리와 디스텔 의원 외에도 구 동독지역 5개 주 주지사중 이미 3명이 중도 하차했고 만프레트 슈톨페 브란덴부르크 주지사도 슈타지 관련혐의로 계속 시달리고있어 언제 사임하게될지 모르는 상태다. 서쪽 출신인 쿠르트 비덴코프 작센 주지사만이 온전한 상태다.
이처럼 통일 후 구 서독정치권으로부터 몰리고있는 구 동독인사들은 최근의 베를린 지자제선거로부터 자신감을 얻어 신당창당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베를린선거결과 민사당이 동베를린지역에서 29·7%나 득표한 것은 민사당이 좋아서라기보다는 구 서독출신인 기민당이나 사민당이 싫어서였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었다. 이들의 표를 흡수할 경우 자생력을 갖춘 정당으로 태어날 수 있음은 물론 바이에른주의 기사당 같은 지역정당으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으로 이들은 판단한 것이다. 【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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