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배 고교야구 승부는 끝났지만 '투혼의 감동'은 끝나지 않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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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끝난 제41회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일간스포츠.대한야구협회 주최)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서울고 에이스 이형종(18)의 '눈물의 역투'가 온통 화제다. TV 중계 방송을 본 네티즌들이 수백 개씩 댓글을 올리며 대형 포털의 게시판을 달구고 있다.

이형종은 광주일고와의 결승전에서 패전투수가 됐다. 그는 서울고가 9-8로 앞선 9회 말 2사 1, 3루 위기에서 동점타를 허용한 직후부터 울기 시작했다. 몸에 맞는 공으로 2사 만루가 되고 끝내기 안타를 맞기까지 이형종은 계속 울먹이며 공을 던졌다. TV 화면에 비친 그의 얼굴은 눈물을 참느라 일그러져 있었다. 끝내기 결승타를 허용한 뒤에는 마운드에 주저앉아 한참 동안 울먹였다.

1m85㎝, 80㎏의 건장한 체격에 잘생긴 용모, 고교 투수 최대어로 평가받는 이형종은 이날 6이닝 동안 7실점으로 부진했다. 그는 전날 준결승까지 4경기에서 20과3분의1이닝 동안 330개의 공을 던지면서 0.90의 빼어난 평균 자책점(방어율)을 기록했다. 결승전에서도 그는 6이닝 동안 140개가 넘는 공을 던졌다. 많이 지쳐 있었다. 최고 150㎞에 육박하던 직구는 결승전 종반에는 140㎞까지 떨어져 있었다.

네티즌들은 이런 그의 모습에 감동을 받은 듯했다.

9회 말 2사에서 끝내기 결승타를 맞은 뒤 마운드에 주저앉아 흐느끼고 있는 이형종 선수. 김민규 일간스포츠 기자

"어제 중계 방송을 보면서 진짜 감동했습니다"(람세스), "정말 최선을 다한 모습을 보여줘 멋있어요"(여우미소), "아쉽지만 그래도 잘했습니다"(크라잉 게임), "재방송 언제 어디서 하나요. 이형종 선수의 마음을 느껴보고 싶네요."(해내는구나)

"광주일고 출신이라 모교의 우승이 기쁘지만 서울고 이형종이 나를 눈물 나게 했다" "가슴이 찡했다. 아마 야구의 묘미다" 등 의견이 많이 올라왔다. "승리가 전부는 아니다" "나만 최고라는 생각은 버려라" 등의 댓글도 있었지만 극소수였다.

김병효 서울고 감독은 "(형종이가) 지난해 어머니를 여읜 뒤 많이 힘들어 했다. 더구나 박빙의 승부에서 승리를 지켜내지 못한 데 대해 동료들에게 미안함이 컸던 모양"이라고 눈물의 의미를 전했다. 네티즌들의 성원에 대해 이형종은 "결승전에서는 몸이 안 좋아 공을 잘 던지지도 못했는데 격려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더욱 성실한 자세로 훈련에 전념해 훌륭한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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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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