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틱」장애|남광현(순천향대의대 외래교수·신경정신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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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국민학교3학년 남자어린이가 어머니와 함께 진찰실에 들어섰다. 그 어린이는 왼쪽 눈을 찡그리고 깜박이며 왼쪽 뺨 근육을 실룩이는 증세를 보였다.
중류층 가정의 외아들로 최근 숙제를 잘 하지 않는 문제로 어머니가 심한 꾸중과 함께 평소와 다르게 종아리를 때린 이후 이런 증세가 생겼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분명하고 자기 중심적이며 말이 많은 편이었다.
틱(Tic)장애로 진단하고 아이와 대화를 하니 종아리를 맞고부터 어머니가 늘 무섭고 긴장된다고 말했다.
칭찬과 격려를 해주고 암시적인 이야기로 어머니는 그런 분이 아니라고 들려주며 약물을 투여했다. 1주일쯤 후 증세가 없어지게 됐는데 어머니의 자의적 판단으로 약을 끊으니 다시 재발했다. 계속 약물을 3주 가량 투여하니 완쾌되면서 증세가 재발되지 않았다.
어머니에게는 자녀를 기르는 부모의 태도에 관해 설명해주었다. 즉 칭찬하고 상을 주며 사랑이 담긴 자세를 바탕으로 사회의 도덕·윤리와 자기책임을 다하도록 가르쳐야하며 부모의 일관성 있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이처럼 틱 장애는 만성적인 긴장과 갈등을 계속 경험하는 어린이에게 종종 나타난다. 일련의 근육군이 부수의적으로 계속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눈 깜빡거림, 코를 실룩거림, 안면근육의 경련, 머리를 흔드는 것, 그리고 사지로 이런 운동이 퍼져나가는 것 등이 흔히 보이는 증세다. 남아가 여아보다 훨씬 많고 6∼10세에 많이 나타나며 만성증세로 이행되는 일은 극히 적다.
일시적 틱 장애는 어린이의 10∼20%가량에서 나타난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소리틱」을 겸해 1년 이상 경과할 때는「뚜레장애」라고 해서 정신적 장애가 심각한 증세로 발전한 것이다.
치료를 위해 할로페리돌과 소량의 디아제팜을 투여하고 환자와 부모에 대해 불안을 가라앉히고 자신감을 가지며 자발적인 적응능력을 키우는 지지적인 정신요법이 필요하다.
틱 장애는 학령기 성장발달과정 장애의 일종으로 예후는 비교적 좋은 편이며 환자 본인에 대한 치료보다 부모, 특히 어머니의 태도 교정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학교성적·과외·미술·음악공부 등에서 오는 만성적 긴장감으로부터 해방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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