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바이어들/“한국업체 「계약위반」「불량품」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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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농산물 품질등급 구분 등 희망
『한국업체들은 수출품의 조그만 잘못정도는 「괜찮아」하고 만다』『주문만 받아놓고는 불량품을 보내더니 나중에는 가격을 올려달라고 한다』『계약을 해놓고는 다른 업체가 조금 많은 가격에 사겠다고 하니까 그쪽으로 팔더라』『한국업체들은 장기적인 거래자세가 부족하다』『국제적인 상도덕을 잘 지키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물건을 사간 일본 수입업자들이 우리 수출현장의 「사각지대」를 꼬집는 생생한 목소리다.
국내 수출업체들은 임금인상과 인력난 등으로 가격경쟁력을 잃었고 그나마 정부가 돈줄을 꽉꽉 막아 기술우위의 선진국과 값싼 가격의 후발개도국 사이에서 우리 수출전선은 「협공」을 받고있다며 아우성이다.
그러나 외국의 바이어들은 『한국업체들이 세심한 품질관리와 납기준수,끊임없는 기술개발만 하면 중국과 동남아에 뺏긴 외국바이어들을 되찾을 수 있다』며 우리 수출전선의 허점을 먼저 고칠 것을 충고하고 있다.
이같은 우리 내부의 문제들이 고쳐지지 않는한 아무리 환율이 오르고 정부가 자금을 풀고 외부경제 환경이 좋아져도 우리상품은 사기 어렵다는 뜻이다. 대한무역진흥공사가 2일 펴낸 월간지 「일본 통상정보」(92­2)에 실린 「바이어의 소리」에서 일본 바이어 4명은 우리나라에서 물건을 사면서 느낀 가장 큰 애로점으로 한국업체들의 계약위반이 잦고 불량품이 많은 점을 들었다.
15년동안 화학제품 등을 수입해간 뮤추얼 트레이딩사의 야마자키(산기) 사장은 『한국업체들이 무리하게 주문받은뒤 이행하지 못해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잦다』고 밝혔다.
그는 『전자부품용 봉지를 수입하기 위해 대만·홍콩업체와 협상하던중 한국업체가 20% 정도 가격을 싸게 제시해와 계약을 했으나 1차선적 된 제품이 불량품이었고 며칠후에 50%의 가격인상 요구를해 20% 인상을 해줬지만 물건을 제때 못받아 고객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또 석재를 수입하는 다케우치(죽내)씨는 『한국업체가 일 수입상의 주문으로 석재를 채석하던중 다른 일 수입상이 비싸게 사겠다고 하자 그쪽으로 물건을 판 것을 봤다』며 『일 기업들은 거래가 성립되면 성실하게 이행하지만 한국업체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드물지 않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에서 배추를 수입하고 있는 후쿠오카 대동청과의 미야기(관성) 상무는 『가락동시장과 백화점 야채류 매장을 둘러보았으나 현재의 한국상품으로는 일시장에서 유통될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일 소비자들은 품질·외관·맛에 대해 무척 까다로워 같은 산지에서 나온 밀감이더라도 농협에서 24등급으로 구분돼 판매될 정도』라며 우리의 농산물 유통과정도 개선될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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