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나온 레이건 '백악관 8년의 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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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쏜 젊은이에 대해 증오심을 느꼈으나 그의 영혼을 위해 기도를 시작했다." '레이건의 일기(The Reagan Diaries)'(사진) 중에서.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에 취임한 1981년 1월 20일부터 퇴임 전날까지 8년간 썼던 일기가 22일 출간될 예정이라고 워싱턴 포스트 등 외신이 2일 보도했다. 미국의 패션 전문지 '배너티 페어(Vanity Fair)'는 출간에 앞서 일부를 발췌, 보도했다.

이 잡지는 "일기는 그의 일생을 들여다보게 할 만큼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그 속에 나타난 강한 개성과 일하는 습관 등을 보면 그의 성공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레이건이 '요약의 명수'라며 "불필요한 얘기를 늘어놓는 법 없이 명료하고 정돈된 필체로 백악관의 일상사를 꼼꼼하게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주요 내용.

◆ 카스트로의 우려(81년 2월 11일)=정보 보고에 따르면 카스트로(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가 나 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고 한다. 나는 그의 우려가 옳았음을 보여주지 못할까 봐 오히려 걱정된다.

◆ 대처 영국 총리와의 만남(81년 2월 26일)=마거릿 대처와 백악관 집무실에서 회담했다. 그는 소련에 반대하고, '작은 정부'를 추진하는 데 단호한 의지를 보였다.

◆ 29주년 결혼기념일(81년 3월 4일)=결혼 기념일이다. 29년간의 결혼생활이 준 행복은 내게 과분하다.

◆ 저격 사건(81년 4월 11일)=(사건은 3월 30일 발생) 호텔에서 나와 차 쪽으로 걸어가는데 왼쪽 어디에선가 총소리가 들렸다. 경호원이 나를 바닥으로 밀며 자신의 몸으로 엄호했다. 등에서 격렬한 통증을 느꼈다. 기침이 나오기에 총알이 폐를 관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찰스 영국 왕세자의 방문(81년 5월 1일)=의전 담당 직원이 (격식 없이) 티백으로 된 차를 내오는 끔찍한 일을 벌였다. 찰스 왕세자는 찻잔을 들었으나 마시지 않고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나는 어쩔 줄 몰랐다.

◆ 이스라엘의 이라크 원자로 폭격(81년 6월 7일)=이스라엘이 이라크의 원자로를 공습했다. 큰일이다…. 우리는 이스라엘 편을 들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중동 국가들에 공격할 빌미를 주게 된다.

◆ 이집트 사다트 대통령 암살(81년 10월 6일)=사다트 대통령이 총격으로 사망했다. 충격과 슬픔을 금할 수 없다. 과거 그를 만났을 때 깊은 우정을 느꼈다. 정말 따뜻하고 유머를 갖춘 큰 사람이었다. 그런 짓을 한 자들을 증오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힘들다.

◆ 아들과의 갈등(81년 10월 23일)=아들 론이 낸시에게 전화로 예의 없이 굴기에 내가 전화를 했더니 오후에 부부가 함께 왔다. 만족스러운 만남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더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했다.

◆ KAL기 격추 사건(83년 9월 2일)=소련이 269명이 탑승한 KAL(대한항공) 여객기를 격추시켰다. 래리 맥도널드 의원 등 53명의 미국인이 타고 있었다…. 곧바로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해 사태를 의논했다. 우리는 우방들과 힘을 합쳐 소련 국영 아에로플로트 항공사의 운항을 금지할 계획이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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