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쓴 리포트는 사절”/컴퓨터시대 대학가 새 풍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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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아예 강제규정 만든 대학도
워드프로세서·컴퓨터 등의 대량보급에 따라 대학가에서도 손글씨 리포트가 이들 자동화기기를 이용한 인쇄물로 바뀌고 있다.
이같은 「인쇄리포트」 바람은 80년대 후반 일부 이공·상경계 해외유학파 교수들을 중심으로 일기 시작했으나 최근엔 인문계를 포함한 대다수 교수들 사이에 널리 퍼져 사실상 대학가에서 필기 리포트가 자취를 감춰가는 추세다.
단과대 전체가 인쇄리포트 제출을 강제규정으로 채택하는 대학도 생기는가 하면 일부 신생대학에서는 이를 학교방침으로 정하기도 하고 심지어 과제내용이 입력된 컴퓨터디스켓을 요구하는 교수도 있다.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김영석·교육학과 한준상교수는 6년전부터 자신들의 강의를 듣고자 하는 모든 수강생들에게 리포트는 타자 또는 컴퓨터 등으로 인쇄해 제출토록 단서를 달고 손으로 쓴 것은 아예 받기조차 거절하고 있다.
서울대 경영학과 곽수일교수도 2년전부터 「생산관리」 등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모든 과목에서 학생들의 리포트는 연세대 한 교수 등과 마찬가지로 인쇄된 것으로 제한했다.
서강대 영문학과의 경우 2학년부터 「리포트 작성법」을 필수과정으로 이수토록 하고 모든 국·영문 리포트는 컴퓨터·워드프로세서로 작성,제출하는 것이 의무화되어 있다.
또 올해 4백명의 첫 신입생을 뽑은 경기도 포천 대진대학은 컴퓨터 50여대·프린터시설을 갖춘 컴퓨터실을 개방,모든 재학생들이 인쇄된 리포트만을 내도록 학교 방침을 정했으며 이 학교 경제학과 신영철교수는 수강생들에게 컴퓨터로 작성한 디스켓을 제출토록 해 컴퓨터 스크린을 보며 성적을 채점하고 있다. 인쇄 리포트는 학생들 입장에서도 고치는 불편이나 글씨체 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없어 인기. 대부분 대학에서 절반이상이 교수들의 강요없이 컴퓨터 등으로 과제물을 작성할만큼 빠르게 보급되는 추세다. 서강대 등 각 대학들은 컴퓨터 50∼1백여대를 비치한 공동이용실을 마련,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컴퓨터를 익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연세대 김 교수는 『21세기 정보화사회에서 활동하게 될 학생들이 그 무기가 될 컴퓨터에 미리 익숙해지는 것은 필수조건』이라며 조만간 필기 리포트는 사라질 것이라고 점쳤다.<고대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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