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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방대법 ‘온실가스 재판’ 환경론자들 승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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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 12면

유엔의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금세기 말이면 북극 빙하가 사라지고 세계는 가뭄ㆍ폭염ㆍ폭우ㆍ해빙 등 심각한 기상 재앙과 맞닥뜨리게 된다. 또 해수면의 상승으로 중국 상하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여러 도시가 물에 잠길 위험성이 높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2일 “환경보호청은 새로 출고되는 자동차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규제할 권한을 갖는다”고 판결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워싱턴D.C. 연방 항소법원이 “환경보호청이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명령하지 않은 것은 정책적 판단에 기초해 적절하게 재량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판결한 것을 뒤집은 것이다. 매사추세츠 등 12개 주와 13개 환경단체는 2003년 제정된 청정대기법(Clean Air Act) 규정을 정부가 지키지 않았다며 소송을 냈다.

이번 판결은 연방대법원이 지구 온난화와 관련해 처음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 정부의 환경규제정책뿐만 아니라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자유무역의 시대에 다른 나라의 환경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재판에서 다수 의견을 대표한 존 폴 스티븐스 대법관은 “환경보호청은 온실가스가 기후변화에 영향을 끼치는지에 관해 결정을 거부한 데 대해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보호청이 추가적인 소송을 당하지 않는 유일한 길은 온실가스의 영향에 대한 환경보호청의 결정이 있거나, 그런 결정을 할 수 없는 타당한 이유를 설명하는 것밖에는 없다”고 판시했다.

사실 부시 행정부는 2001년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교토의정서를 탈퇴한 데 이어, 청정대기법상 정부가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에 대해 규제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으며 권한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해왔었다. 미국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분의 1을 차지해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또 에너지 및 자동차 관련 업체의 로비 때문에 반환경적인 정책을 펼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반면 2000년 대선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패한 앨 고어 전 부통령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환경재앙을 경고한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을 제작해 대재앙을 막기 위해 지금이라도 지구환경 보호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어는 지구 온난화 문제 등 환경과 관련된 강연ㆍ저술 활동을 해오면서 정치인 시절보다 더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환경문제에 천착해 지구환경의 재앙을 경고하고 있는 앨 고어 전 부통령. 자국의 산업보호를 위해 지구 온난화 대책에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해오면서 미 항공우주국(NASA)의 기후변화 연구비조차 대폭 삭감한 부시 대통령. 환경문제와 관련해 걸어온 다른 길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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