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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슬럼화시키는 '행정기관 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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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로또텔.인천국제공항.경제자유구역…. 인천의 변화상을 말해주는 대명사다. 최근 투기의 대명사가 된 오피스텔 덕분에 인천이 국민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정작 로또텔이 위치한 송도에서 직선거리로 5㎞ 내에 미분양 아파트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천의 모든 부동산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의아한 소식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같은 생활권 내에서 과열과 미달이 동시에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달이 일어나는 곳을 들여다보면 변변한 행정기관이 없거나 이미 떠났다. 반대로 투기바람이 일어나는 곳에는 도청이나 정부기관 유치 소식이 있다. 그 때문에 주민들은 이전엔 반대하고, 유치에는 발을 벗고 나선다. 지역마다 정부기관과 도청.구청.경찰서 등의 이전 문제가 나올 때마다 반복되는 현상이다.

그러나 정치적 결정은 내려지고, 기관들이 떠난 후 지역 주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진다. 인천시청.경찰청.법원.검찰.상공회의소가 있었던 중구의 신포동이 그 예다. 1980년대 중반 시청과 각 기관들이 이전하면서 인천항 주변의 신포동은 말 그대로 슬럼화의 대명사가 됐다.

현재 인천은 구도심을 개발하기 위해 재개발사업과 도심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아직 낙관하기 어렵다. 재개발에 들어갈 천문학적 비용을 부동산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서울 강남권과 경기 남부권을 연결하는 수인선도 10년이 넘도록 지지부진하다. 수도권정비계획법 등에 의한 규제로 기업들은 인천을 떠나고, 그곳에는 아파트가 들어섰다. 하지만 일자리와 소비의 원천인 기업의 역할을 아파트가 대신할 수는 없다. 그것 또한 지역의 상권과 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이유다.

2009년에 대규모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시작된다. 그러나 수십년간 지역 발전의 핵심이었던 기관들이 떠나면서 천천히, 그러나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몰락해 갈 것이다. 인천 구도심의 슬럼화와 재생을 향한 처절한 몸짓은 앞으로 떠나갈 기관들이 위치한 지역과 자치단체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경험적 사례다. 그런데도 기관 이전으로 슬럼화가 우려되는 지역들의 분노는 신도시 건설과 기관 이전의 환영 목소리에 파묻혀 있다.

지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떠난 후에 남게 될 기관들의 시설과 토지의 활용방안이다. 만약 이전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손쉬운 매각 방식을 채택할 경우 지역의 앞날은 더 암담하게 될 것이다. 사업자의 일차적 관심은 해당 부지에 들어설 아파트나 상가다. 그러나 그것이 일자리나 지역 경제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는 것은 검증된 사실이다.

지역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옛 지역의 계승발전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지역을 찾아 피난을 떠나는 도시건설방식에 대해 자성해야 한다. 리더라면 새롭게 들어올 기관에 대한 환대에 앞서 떠나보낸 주민들에게 드리워질 그늘을 먼저 살펴야 한다.

김민배 인하대 법대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