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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박 참패 사죄 공동회견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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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오른쪽에서 둘째)가 1일 저녁 당 상임고문단을 초청해 만찬간담회를 열고 자신의 당 쇄신안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 김용환 고문, 강 대표, 이중재.김종하 고문(오른쪽부터)이 김수한 고문단 의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오종택 기자

1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이 한나라당의 현 지도부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자 강재섭 대표는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강 대표는 이날 여의도 중식당 외백에 당 상임고문단을 초청해 만찬을 하며 "4.25 재.보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깨끗이 사퇴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자리에 연연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나 혼자 편하기 위해 자리를 피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기 때문에 많은 충고를 가슴에 새겨듣고 열심히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강 대표와 고문단은 당 위기 타개책으로 ▶이명박.박근혜 두 주자의 재.보선 참패 사과 및 상생 경선 다짐을 위한 공동 기자회견 개최 ▶이재오 최고위원 사퇴 만류 등 두 가지를 결정했다. 당 분위기 쇄신을 위해 강 대표가 먼저 서둘러야 할 일은 당직 인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임명직 당직자들은 일괄 사표를 낸 상태다.

그러나 이미 상당수 의원이 직.간접적으로 대선주자 캠프에 관여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모든 공석을 중립적 인사로 새로 교체하기란 굉장히 어렵다.

이 때문에 사무총장.전략기획본부장.홍보기획본부장 등 핵심 당직은 교체하되 중하위 당직은 유임시키는 선에서 인선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강 대표의 한 측근은 "당직 인선이 이르면 이번 주 중 이뤄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사의를 표명한 강창희.전여옥 두 최고위원의 빈자리를 메우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강 대표는 사표를 반려할 뜻을 밝혔지만 두 최고위원이 이를 받아들일 여지는 거의 없다.

이럴 경우 현행 당헌.당규상 30일 이내에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최고위원회의 결원을 보충해야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세부규정이 없기 때문에 시급히 구체적인 절차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 대표가 수습안에서 제시한 것처럼 최고위원과 대선주자들 간의 간담회를 개최하는 일도 발등에 떨어진 과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계속 늦어지고 있는 경선 룰을 확정하는 일이다. 당초 계획은 4월 말까지 경선 룰을 마무리짓고 이달 초에 당 대선 후보 등록을 받는다는 게 목표였으나 지금은 재.보선 참패의 후유증으로 각 캠프 간 관계가 험악해져 경선 룰 협상이 진행될 분위기가 아니다. 이 전 시장 측에서 당 쇄신책의 하나로 요구한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개방형 국민경선제)'도 강 대표에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중진 의원은 "강 대표는 일단 큰 상처를 입고 다시 시작하는 셈이기 때문에 정말 비상한 각오로 당을 운영하지 않으면 사사건건 각 캠프에 휘둘려 '식물대표' 신세를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했다.

김정하.남궁욱 기자 <wormhole@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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