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만 잘해선 공기업 못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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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공공기관의 입사시험에서 토익.토플 등 어학성적의 비중이 낮아지고, 대신 직무능력검사와 면접의 비중은 높아진다.

기획예산처는 이런 내용의 공공기관 채용방식 개선 방안을 마련해 하반기 입사전형 때부터 적용한다고 1일 밝혔다. 예산처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101개, 규모가 큰 일부 기타 공공기관에 권고문을 보내 개선 계획을 다음달 말까지 예산처에 제출하도록 할 계획이다.

개선안에 따르면 기획처는 토익.토플 등 어학성적을 입사시험의 자격 기준으로만 활용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예산처는 대신 직무능력검사를 도입하고 면접 비중을 강화하도록 했다. 공직적성평가(PSAT)와 유사한 모델 개발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중앙인사위원회와 협조를 거쳐 희망하는 기관에 대해서는 PSAT 활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공공기관들이 국가유공자.장애인.여성.지방인재 등에 대한 각각의 목표 채용비율을 스스로 설정해 준수하도록 하게 할 방침이다. 예산처는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지난해 신입사원 108명 가운데 51%인 55명을 소외계층에 할당해 뽑은 것을 모범사례로 제시했다. 소외계층은 의상자.사회선행자.저소득계층.장애인.보훈대상자 등 6개 그룹으로 구분됐다.

예산처는 이와 함께 수험생의 편의를 위해 공공기관의 신규 채용 규모와 시기는 매년 1월 말에 공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변경사항이 있으면 수시로 공시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 채용 통합정보 제공 시스템' 사이트를 연말까지 별도로 구축할 예정이다.

류용섭 예산처 인재경영팀장은 "채용방식 개선 방안의 일부는 이미 인사.경영지침에 들어갔으며 일부 내용은 권고를 통해 이행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이행 여부는 경영평가와 혁신평가 등에 반영된다"고 밝혔다.

한편 예산처가 222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지난해 인력 채용 실태에 대해 조사한 결과 채용시기가 부정기적인 기관이 76%인 147개 기관에 달했다. 또 학력.연령제한 등의 기준은 폐지하는 추세지만 어학기준은 여전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상식을 수험과목에 포함하는 공공기관은 16%인 24개였다. 응시 경쟁률은 평균 56대 1로 계산됐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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