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이미지 광고 바꾼 삼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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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새 시리즈 광고 ‘고맙습니다’ 아버지 편. 남자 친구와 둘이서만 있고 싶어하는 딸의 마음을 헤아리고 딸과 남자 친구의 얘기 소리가 시끄럽다는 핑계로 문을 닫아주는 아버지의 마음 씀씀이에 딸이 사랑을 느끼고 감사하는 내용을 담았다.

삼성그룹 이미지 광고가 바뀌었다. 삼성은 1일부터 '고맙습니다'를 소재로 한 TV 광고 시리즈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신문 광고는 10일께부터 시작한다.

아버지.어머니.선생님 편 등 모두 다섯 편을 제작해 방송한다. 일상의 에피소드를 통해, 고마움을 잊기 쉬운 사람들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내용들이다. 가령 옷 한 벌 제대로 사 입지 않던 어머니가 딸 결혼 때 혼수를 아낌없이 마련해 주고, 이에 감동한 딸은 새삼 어머니 사랑을 절감한다는 식이다.

삼성 측은 "감사하며 사는 것이 행복한 사회의 밑거름이란 생각에서 나온 광고"라고 설명했다. 한 기업의 이미지 광고를 벗어나 사회를 살맛나게 하자는 '국민 캠페인'성격도 풍긴다.

회사 관계자는 "삼성 알리기뿐만 아니라 공익 캠페인을 펼치는 게 한국 대표 기업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으로 솔선해야 할 도덕적 의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고맙습니다' 광고 시리즈를 통해 삼성이 드러내지 않고 고객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효과도 노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TV 광고에서 '고맙습니다'라는 메시지 바로 다음에 삼성 로고가 나온다는 점 등이 그런 판단의 이유다.

올해 초 부임한 윤순봉 삼성그룹 홍보담당 부사장은 지난달 전 계열사 홍보 담당자를 모아 "'겸손'을 홍보의 방향으로 잡자"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 따라 '고맙습니다' 시리즈를 준비했으며, 삼성이 고객에게 몸을 낮추며 감사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새 광고에 녹아 있다. 삼성이 이미지 광고를 바꾼 건 2003년 초 '함께 가요, 희망으로' 시리즈를 내보낸 지 4년 만이다.

이 역시 나누는 삶의 보람을 강조하고 소외 계층과 어울려 살아가는 마음가짐이 확산하도록 하자는 취지의 캠페인성 광고였다. 장애인이나 낙도 주민 등이 주변의 도움으로 역경을 극복해 밝게 살아간다는 훈훈한 이야기였다. '고맙습니다'시리즈는 연예인 등 인기 스타를 기용하지 않은 것도 특징이다.

군인이 행군 중 휴식 시간에 수첩 갈피에 끼인 여자 친구 사진을 들여다보며 고됨을 잊는다는 '여자 친구'편에서 사진의 주인공으로 가수 이효리의 얼굴이 한 번 비치는 게 전부다. 나머지는 그리 낯익지 않은 광고 모델을 썼다. 일반인처럼 보이는 모델을 기용해 누구나 삶 곳곳에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대상이 있다는 느낌을 전하자는 의도다.

삼성은 올 상반기에 아버지 편 등 다섯 편을 내보낸 뒤 하반기에는 '고맙습니다'시리즈의 후속 광고를 이어갈 계획이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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