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투혼” 정면충돌 11시간/유,「이 저돌행마」 강압수비로 제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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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제26기 「왕위전」 7국서 3집반승
한국 바둑계 「최고의 공격수」라 불리는 유창혁 5단(28)이 이창호 왕위를 꺾고 대망의 왕위타이틀을 쟁취했다.
3승 3패로 팽팽히 맞선 가운데 25일 한국기원 특별대국실에서 벌어진 제26기 왕위전 도전 7번기 최종국에서 도전자 유창혁 5단은 흑을 쥐고 2백49수만에 3집반을 이겨 종합전적 4승 3패라는 극적인 스코어로 국내 최고권위의 왕위에 올랐다. 종국은 대국개시 11시간만인 오후 9시10분. 이날 대국은 빅타이틀의 마지막 대국답게 두 대국자의 투혼과 기세가 정면충돌하여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난전이 연속적으로 펼쳐졌다. 그러나 이 5단의 저돌적인 행마를 유 5단이 강압수비와 역습으로 봉쇄함으로써 형세는 대번에 기울기 시작했다.
이후 이 5단은 「최고의 추격자」란 별호 그대로 무서운 추격전을펼쳐 한때 형세를 혼미하게 만들었으나 끝내 역전에 이르지는 못했다.
감격적인 승리를 거두고 새로 왕위에 오른 유창혁 5단은 꼭 갖고싶었던 왕위타이틀을 따내 올해의 일차 목표를 이루었다.
유 5단은 『참 기쁘다. 체력과 정신력을 보강하여 앞으로 본격적으로 조훈현 9단과 이창호 5단의 아성에 도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한국기원에는 조훈현 9단·서봉수 9단 등 20여명의 프로들과 아마추어팬들이 공개해설장에 가득 모여 대국이 끝날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번 승리로 유창혁 5단은 2천만원의 우승상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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