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인도 "복지 좋은데 노조가 무슨 필요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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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8%대의 고도성장을 하며 한국경제의 잠재적인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는 인도와 베트남. 이 두 나라 노조는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라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일익을 담당한다.

종업원이 512명인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에는 노조가 없다. 베트남 노동법은 10인 이상 사업장에는 반드시 노조가 있어야 한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법을 어긴 채 '무노조 원칙'을 고수하며 공장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은 정부나 노총의 협조 때문이다. 베트남 노동부 다오 꾸앙 빈 국제협력관은 "기업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고, 노동자의 복지수준도 높은데 법을 그대로 적용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추낫빈 베트남노동총연맹 대외협력본부장은 "외국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라면 현실에 맞지 않는 법을 과감히 바꿔야 한다"며 "투자 유치를 장려하는 법이나 제도라면 만들면 만들수록 좋고, 행정절차도 간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정의 이런 노력은 외국인 투자기업의 근로손실 일수 '0'일이라는 기록을 낳았다. 지난해 베트남 외투기업에서는 272건의 노사분쟁이 일어났지만 그때마다 노총이나 정부가 중재에 나서 하루(8시간)를 넘기지 않고 모두 해결했기 때문이다. 호찌민 주재 장근섭 노무관은 "이곳에선 노조가 있는 게 더 낫다고 할 만큼 노조의 경제마인드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인도의 노조도 변하고 있다. 인도의 노조는 과거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회사 안에서 관리자에게 폭행도 서슴지 않아 외국 기업인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노조가 나서서 기업을 괴롭히는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라주 인도노총 사무총장은 "파업이 발생하면 기업주도 공장을 폐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엔 그것도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돼 있는 등 기업을 지나치게 제약한다"며 "노동법을 개정토록 의회를 설득 중"이라고 말했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대학원장은 "경제의 가장 중요한 축인 노조가 투자환경을 확 바꾸는데 이를 마다할 기업은 드물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들 지역에선 투자가 급속히 늘어나고, 결국 한국을 위협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델리.호찌민=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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