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졌으면 대표 물러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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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재오(사진) 최고위원은 30일 강재섭 대표의 수습안이 나온 직후 불만을 표시했다. 서울 여의도 국가발전전략연구회 사무실에서 연 회의에서다. 이 자리에서 그는 "강 대표의 안이 당 개혁을 원하는 당원들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고 말했다.

회의에서는 '현 지도부를 유임시켜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회의에는 박형준.진수희.차명진.이성권 의원 등 소장파 '친이(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의원이 대부분 참석했다.

이렇게 모인 뜻을 들고 이 최고위원은 이날 저녁 캠프 원로들을 만났다. 이상득 국회 부의장과 박희태 전 국회 부의장 등이었다. 이 최고위원은 이들을 만나 "내가 사퇴하겠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강창희.전여옥 최고위원의 사퇴로 이미 선출직 최고위원이 세 명밖에 남지 않은 상태여서 자신의 사퇴가 곧 현 지도부의 해체를 의미한다는 것을 그도, 원로들도 알고 있었다. 원로들은 "현 지도부 이후 대안이 없다"며 만류했지만 이 최고위원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이 최고위원은 1일 오전 일찍 이 전 시장을 직접 만나 막판 이견 조율을 시도한다.

이 최고위원은 재.보선 직후인 27일 이후 이런 강경한 생각을 키워왔다. 그는 지난 주말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도 "선거에 졌으면 대표가 그만두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강 대표의 수습안을 보고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다음은 당시 이 최고위원과의 통화 내용.

-강 대표가 사퇴를 거부했는데.

"선거에 지면 대표는 물러나는 게 당연하다. 그것 때문에 열린우리당은 지도부를 여덟 번이나 바꿨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표 측이 감싸려 한다. 당을 바꿔야지 이대로 두면 안 된다."

-강 대표가 4.25 재.보선에서 책임질 부분은 구체적으로 뭔가.

"당장 대전 서을 국회의원 보궐선거만 해도 그렇다. 강창희 최고위원을 공천하라고 나와 전여옥 최고위원이 말했다. 하지만 강 대표는 강 최고위원을 옆에 앉혀두고도 '강 최고위원 본인이 안 한다고 했다'는 이유를 대며 그냥 넘어갔다."

-그럼에도 이 전 시장은 현 지도부의 유임을 지지했는데.

"나도 참으려 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캠프 쪽에서 사실도 아닌 일로 패배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한선교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이 전 시장이 군대를 동원해 행복도시 이전을 막겠다고 발언했다'고 했다. 유승민 의원은 '한반도 대운하가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한다. 이런 것들 때문에 현 상태로는 대선을 치르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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