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보고 기계로 보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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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 14면

최악의 황사가 전국을 뒤덮은 1일 서울시청 앞에 설치된 상황판이 황사경보를 알리고 있다.[연합뉴스] 

“미세먼지(PM10) 농도가 1㎥당 436㎍(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까지 올라갔으니 황사다.” (환경부)

국내 미세먼지 농도 기준치 초과 땐 황사 이동 경로 추적해 판정 #현재 예보 정확률 57%… 중국 유학생 감시단 활동으로 더 정확해질 듯

“맨눈으로 둥근 달이 보일 만큼 시야가 깨끗했으니 황사가 아니다.” (기상청)
지난 2월4일 올해 첫 황사가 발생했느냐 여부를 놓고 벌어진 실랑이다. 환경부는 미세먼지(PM10) 측정값을, 기상청은 맨눈 관측을 기준으로 주장한 것. 황사 발생을 최종 확인하는 기관은 기상청이기 때문에 결국 이날은 황사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기록됐다.

당시 기상청의 판단 방법은 맨눈으로 봤을 때 시야가 어느 정도로 뿌연지만 보는 것이었다. 시야가 다소 흐림(0), 황색 먼지가 물체 표면에 쌓임(1), 하늘이 황갈색으로 돼 빛을 약화시킴(2) 등 세단계였다. 하지만 기상청은 2월10일부터 미세먼지 농도까지 고려해 황사 발생 여부를 판정하고 있다.

미세먼지 농도가 기준치(300㎍/㎥) 이상이면 우선 황사 발원지의 상황과 기류 이동 경로를 확인한다. 황사가 몽골ㆍ중국 등 발원지와 이동 경로에서 발생했고 바람이 우리나라 쪽으로 오고 있다면, 맨눈 관측으로는 이상이 없어 보이더라도 황사로 판정한다. 1시간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400㎍/㎥ 미만이면 ‘약한 황사’, 400~800㎍/㎥ 이면 ‘강한 황사’, 800㎍/㎥ 이상이면 ‘매우 강한 황사’다. “기준을 더욱 엄격히 해 맨눈으로 뚜렷이 보이지 않는, 매우 약한 황사까지 잡아내기 위한 것”이라고 이희훈 기상청 관측황사정책과장은 설명한다. 이 과장은 “황사의 이동경로까지 확인하는 것은 미세먼지 측정장비가 황사 입자 뿐 아니라 공기 중에 있는 10㎛(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이하의 모든 입자를 잡아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짙은 안개로 수증기 입자가 늘어난 것을 황사가 온 것으로 오인한 경우도 있었다.

황사가 오는 것을 어떻게 예측할 수 있을까. 기상 위성의 사진을 분석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밤에는 위성 사진으로 황사를 식별하기 어렵고, 낮에도 구름이 황사를 가려버리는 일이 잦다. 지난해 ‘4ㆍ8 황사 테러’ 때의 오보도 황사가 구름에 가린 것을, 소멸해 버린 것으로 오인한 경우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미세먼지 측정장비를 이용한다. 우리나라는 실시간 PM10 농도를 황사 예보에 이용하는 유일한 나라다. 다롄(大連)ㆍ단둥(丹東) 등 중국 황사 발원지 및 이동 경로 10개소에 PM10 측정장비를 설치해 측정치를 5분 간격으로 실시간 전송받고 있다. 하지만 넓게 흩어져 있는 황사 발원지와 이동 경로의 상황을 파악하기엔 역부족이다. 이에 지난달 5일부턴 중국 현지 유학생, 자원봉사단 등 22명이 황사 감시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인터넷ㆍ국제 전화 등을 이용, 현지의 황사 발생 상황을 전한다. 현재 57% 수준인 예보 정확률이 2010년까지 70%로 올라갈 것으로 기상청은 기대하고 있다.

1시간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400㎍/㎥ 이상으로 2시간 이상 지속될 것 같으면 ‘황사 주의보’, 800㎍이상이면 ‘황사경보’를 내보낸다. 400㎍/㎥이면 멀리 바라봤을 때 누구라도 공기 중에 먼지가 있다는 것을 알 정도로 뿌연 상태다. 주의보부터 노약자의 실외 활동이 금지되고 경보 땐 휴교ㆍ실외 운동 경기 중지 등의 조치가 내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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