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출두 스케치] 대검 11층 VIP룸서 조사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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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대검 중수부에 출두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8시간 정도 조사를 받고 오후 7시20분쯤 귀가했다.

그는 굳은 얼굴로 대검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별로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재소환하면 나오겠느냐는 질문에는 "응하겠다"고 답하고 차에 올랐다. 청사 주변에 지지자 50여명이 몰려와 "노무현 대통령을 수사하라" "이회창 대통령" 등을 연호했으나 별 반응 없이 떠났다.

그는 이날 검찰 조사실 가운데 시설이 가장 좋아 'VIP룸'이라고 불리는 대검청사 11층 1113호에서 중수2과장인 유재만 부장검사로부터 직접 조사를 받았다. 24평 내부에 붉은 카펫이 깔려 있고 침대.소파.책상 등이 갖춰져 있다. 1995년 11월 노태우 전 대통령이 비자금 사건 조사를 받은 곳이다. 李전총재는 오후 1시30분쯤 변호인단 접견을 마친 뒤 여기서 柳부장검사와 함께 미역국으로 점심을 먹었다.

오전 10시35분쯤 대검 청사에 들어선 李전총재는 기다리던 중수부 수사관들을 따라 7층 중수부장실로 향했다. 안대희 중수부장이 기다리다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李전총재를 맞았다.

李전총재의 보좌진 몇몇이 따라 들어갔으나 安중수부장의 요청으로 모두 나왔다. 두 사람은 녹차를 마시며 5분간 독대했다. 이 자리에서 李전총재는 "아랫사람들은 책임이 없으니 선처바란다. 내가 모두 책임지겠다"고 했고, 安중수부장은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李전총재도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李전총재의 출두 의사가 전격적으로 알려지면서 대검 청사에는 한때 긴장감이 돌았다.

중수부 간부들은 청사 7층 安중수부장 방에서 회의를 하며 李전총재의 기자회견 장면을 TV로 지켜보다가 그의 변호인으로부터 "李전총재가 기자회견 후 대검으로 곧장 갈 것 같다"는 전화를 받았다. 安중수부장은 곧바로 8층 검찰총장실로 올라가 송광수 총장에게 보고한 뒤 조사 준비에 들어갔다.

李전총재는 내빈들이 이용하는 대검 청사 정문이 아닌 일반 소환자가 드나드는 민원실 쪽 입구를 통해 출입했다.

강주안.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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