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경비 7억 기탁금 받아 충당(정치와 돈:9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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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부 최고위원 출마자 돈없어 김 대표가 보조/주간연재
25∼26일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는 당내 자금시장으로선 가장 덩치가 크다.
우선 대회경비가 7억원이나 들어가고 대통령후보 출마자를 빼더라도 최고위원 지원자중 억원대를 훨씬넘겨 선거자금을 쓴 후보들도 3,4명쯤 있기 때문이다.
워낙 살림살이가 어려워 민자당에 비해 보잘 것 없지만 누가 그럴싸한 점심을 냈다,어느 후보는 잘 돌아간다는 등 돈굴러가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출마자들의 씀씀이는 빈부차이가 뚜렷하다. 최고위원 출마자 14명의 자금편차는 1천만원 이하에서 1억원대 이상까지로 알려져있다.
대통령후보 경선과 대표최고위원선거에 나선 김대중·이기택공동대표도 대조적이다.
하긴 김 대표가 전당대회의 연출·주연에다 제작까지 맡았으니 두 대표를 비교하긴 곤란하나 씀씀이는 사뭇 다르다.
이 대표는 상고(부산상고) 상대(고대) 출신답게 씀씀이가 알뜰살뜰하다는 평판 그대로다.
좋게말해 자금의 중점투자에 능하다는 것인데 여하튼 후보선거운동에 돈을 쓰는 움직임은 별로 없다.
이석용비서실장이 『돈쓸 일이 별로 없다』고 토로할 정도며 선거자금을 1억원 정도로 잡고 있다고 설명한다.
팸플릿 제작 등 홍보비 3천만원,민주계 단합대회경비·위원장 활동보조금·경상비 등이 나머지를 차지한다는 것.
한달 관리비가 2백만원인 여의도 충무빌딩 3층 선거본부 사무실은 오래전부터 이 대표의 개인사무실로 사용해와 새로 들어갈 비용은 별로 없다.
물론 공식자금말고 「대외비자금」이 투입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으나 별로 그런 것 같지 않다는게 민주계 위원장들의 대체적 얘기여서 경선에 임하는 자세를 반증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들러리」인데 전력투구해서 돈쓸 일이 뭐 있느냐는 분석이다.
김 대표에게는 특별한 선거운동이 있을 수 없지만 측근들을 풀어 대의원들을 접촉하는 대의원 관리비용은 쓸 수 밖에 없다. 그 전체규모는 수천만원대로 알려져 있다.
이들 두 대표는 이와 별도로 전당대회 행사경비를 각각 1억5천만원씩 내놓도록 돼있다. 총선이 끝나고 자금사정이 바닥나자 당사무처에서는 전당대회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대표최고위원 출마자 5천만원 ▲대통령후보 1억원 ▲최고위원후보 5백만원씩 내자는 아이디어를 제시,당무회의에서 통과됐던 것.
이에 대해 당일부에서는 『총선때 내는 기탁금을 흉내낸 것이지만 너무 심하다』는 불평이 나오기도 했다.
최고위원 출마자인 이우정·박영록·박영숙 현최고위원은 그나마 기탁금내기가 곤란한 처지여서 김 대표가 5백만원을 몽땅 보조해 주기도 했다.
당사무처에서 잡고 있는 전당대회 비용은 ▲대의원(2천7백명) 숙식비·교통비 4억5천만원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 대관료 1억원 ▲이틀행사 대의원 점심값 7천만원 ▲그외 유인물·현수막·예비비 7천만원 등이다.
그러나 대회가 끝나면 적자날게 뻔하다는게 공통된 의견이다. 당재정사정이 그만큼 어렵다.
최근 당게시판에는 총선때 수고한 사무처요원(1백명)들에게 점심을 사준 국회의원 명단이 붙을 정도.
최고위원 출마자들도 대체로 자금사정이 빡빡하다.
이들에게 들어가는 돈은 ▲선거사무실(보통 30평 정도,보증금 5백만원,한달 사용료 50만원 수준) 유지비 ▲유인물 제작비(1천만원)이 기본인데 대의원 접촉비에서 큰 차이가 난다.
지난주 연일 호텔을 빌려 전국을 돌며 개인연설회를 한 김원기사무총자은 뷔페식 음식을 내는 등 자금사정이 제일 좋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정대철의원은 총선때부터 조금씩 투자해왔다는 것이며,김상현당선자는 활발하게 대의원들과 만나 식사비 등이 많이 들었을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있다.
이들 3명은 출마자금이 1억원대에 육박하거나 넘었을 것이라는게 당내의 대체적 평이다.
자금력이 떨어지는 조세형의원은 지구당에 찾아갈때 음료수를 몇박스 사들고 접촉한다는 것. 대의원 확보 경비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것이다.
민주계에선 이부영최고위원과 장기욱당선자가 선거사무실을 차렸지만 이들 주장대로 최소한의 경비로 뛰고 있다.
김현규·김정길최고위원은 선거사무실은 커녕 팸플릿도 만들지 않고 있으니 돈들어갈 곳이 별로 없다.
원로급인 박영록최고위원은 선거사무실을 낼 돈이 없어 당사 4층 최고위원들이 공동으로 쓰는 방에서 전화를 걸고 팸플릿과 편지를 부친다.
민자당에 비해 달동네같은 살림속에서도 개인별 선거자금 동원능력이 그만큼 차이가 드러나는 것이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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