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 아홉 차 레…머리 맑게 하는데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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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호남고속도로 정주인터체인지를 빠져 나와 동학란의 발생지 고부와 고창을 지나1시간30분쯤 서남쪽을 달리면 함평 뜰을 굽어보며 노령산맥줄기에 자리잡고있는 영광에 다다르게된다. 이곳에서 첫손에 꼽히는 명소로는 역시 백제불교의 숨결을 체취로 느낄 수 있는 불갑면 불갑사다.
영광읍내에서 하루를 쉬고 새벽 일찍이 불갑사를 찾을 수도 있으나 미리 불갑사(0686)52-8258)에 전화를 해 공기도 맑고 분위기도 그윽한 절간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도 여행의 참 맛을 만끽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된다.
새벽녘 대웅전 뒤편 이슬 젖은 산허리를 걸어 오르면 입하·소만을 지난 연록색 차잎새 들의 향내 음을 맡을 수 있다. 늦가을이 되면 이곳에선 하얀 색의 차 꽃까지 펴 산사의 정취를 한결 더 해준다. 불갑사 스님들이 손으로 만드는 작설차는 사찰 내에서 전해 내려오는 특유의 방식에 따라 뜨겁게 달군 무쇠 솥에서 아홉 번씩 덖고(볶듯이 익힘)
돗자리 따위에서 다시 아홉 번치 대 어(부비어)만들어 내는 수제 차다. 따라서 이곳에서 스님이 내주는 작설차는 유난히 향기롭고 맛이 뛰어나다. 불갑사 스님들은 이곳의 작설차가 두뇌를 맑게 해주는 효능이 있다고 귀띔하고 선방 수좌나 수험생들에게도 권한다.
야생차밭의 아름다움에 매혹돼 선뜻 자리를 뜨지 못하고 꾸물대다보면 자칫 불갑산(해발 5백16m)산행 기회를 놓치게된다. 이곳에서 해불 암으로 오르는 길에는 야생 란 들이 곳곳에 자생하고있어 여행자들의 마음을 그윽한 향기로 채워 주곤 한다.
불갑사 코스에서는 보물830호인 대웅전과 법당내의까치그림이 유명하며 인근의 금계리와 모악리 지석묘, 지방기념물인 내산 서원·용계사·강항 묘와 영광8경을 둘러봄직하다.
귀향 길에 영광굴비의 본고장인 법성포(일명 진내)나 영광시 장에 들러 굴비 한 두름쯤 살 수도 있으며「남도의 와이키키」로 불리는 가마미 해수욕장은 여름 피서지로 제격이다. <연호택·관동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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