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회장경찰조사] 의혹 3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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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9일 경찰에 출두함에 따라 사건 실체 규명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미 한화 직원들에게서 김 회장이 직접 폭행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남은 핵심 쟁점은 ▶청계산 납치 폭행 여부▶폭력배와 흉기 동원▶피해자 협박.회유 여부 등이다. 이 부분에서 피해자인 북창동 S클럽 종원들의 진술과 김 회장 측 진술이 엇갈린다. 이런 의혹들이 29일 경찰 조사에서 사실로 확인될 경우 김 회장은 구속 등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회장은 이미 한화 측 경호원들이 경찰에서 진술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혐의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 김 회장, 청계산 현장에 갔나=1차 보복이 있었던 청계산 폭행 현장이 밝혀졌다. 경부고속도로 달래네 고개 근처 이면도로에서 청계산 이수봉 등산로로 이어지는 음식점 골목 끝 신축건물 공사장(성남시 수정구 상적동)이었다. 김 회장은 이곳으로 아들을 때린 S클럽 종업원들을 끌고 와 집단 폭행했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이곳에 지하 1층 지상 3층의 상가 건물을 짓고 있는 김모씨는 "한화그룹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골목 초입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모(38.여)씨는 "지난달 8일 자정쯤 헤드라이트를 밝힌 차량이 줄지어 올라가는 바람에 잠을 깼다"며 "평소 오후 9시가 넘으면 차량통행이 거의 없는 곳이라 이상했다"고 전했다.

폭행이 이뤄진 상가건물 지하 1층은 주차장으로 쓰일 예정이다. 기둥만 있고 벽이 없이 트인 공간이어서 밖에서도 내부 상황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당시 상황을 목격한 주민도 많았다. 건물 앞에서 C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43.여)씨는 "8일 자정이 약간 지난 시간 남편과 퇴근해 들어가는데 '끙끙'대는 신음소리가 들려 무슨 일인지 보려고 했지만 건장한 사내가 가로막았다"고 기억했다. 그는 "이후에도 '퍽퍽'하는 소리와 신음 소리가 이어지더니 갑자기 차량이 빠져나갔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증언은 김 회장 일행이 8일 자정 전에 서울 북창동 S클럽에 도착했다는 진술과 엇갈리는 대목이다. 경찰 112센터에 폭행 신고가 접수된 시점은 9일 오전 0시10분쯤이었다. 두 진술이 모두 사실이라면 김 회장 측은 보복 폭행을 위해 두 개 팀을 움직였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김 회장은 이날 경찰에 출두하면서 "청계산 얘기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부인했다.

◆ 입막음 시도했나=서울 경찰청 관계자는 27일 수사팀을 확대하면서 "피해자의 진술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한 달 넘게 내사를 하고도 공식적으로 피해자들의 증언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언론과의 접촉도 극도로 꺼렸다. 이에 대해 사건 당사자들은 "보복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설명도 있다. 한화 측이 사건 무마를 위해 피해자들에게 돈을 주며 회유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북창동 S클럽 앞에서 노점을 하는 A씨는 "1인당 400만원씩 주고 입막음을 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더 큰 돈이 오갔다는 풍문도 인근 상인들 사이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김 회장이 나간 뒤 동행한 계열사 관계자가 치료비 조로 500만원을 건넸지만 피해자들이 거절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폭력배.흉기 있었나=김 회장이 폭행 현장에 조직폭력배를 동원했는지도 경찰의 핵심 수사 대상이다.

북창동 S클럽 폭행 현장을 목격한 인근 상인들은 "조폭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동원된 인원도 경찰이 밝힌 17명보다 훨씬 많은 30여 명이라는 증언도 많다. 경찰도 이에 대한 수사를 벌여 왔다. 한 경찰 관계자는 "목포 지역 3대 조직 중 하나인 A파 조직원들이 동원됐다는 첩보를 입수한 상태"라며 "당시 S클럽 종업원들이 김 회장 일행의 덩치에 질려 대항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화 측은 "본사 비서실과 경비용역업체인 S&S 직원 17명이 함께 갔다"며 "조폭 동원은 있을 수 없다"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흉기 사용 여부도 관심이다. 형량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S클럽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 "김 회장이 권총을 꺼내 위협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간인 소유가 금지된 권총을 실제 사용했다면 적용 법률부터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경찰은 "피해자 중 한 명이 전기 충격기를 봤다는 증언이 있었을 뿐 쇠파이프나 흉기는 없었다는 것이 일치된 진술"이라고 설명했다.

권호.한은화 기자<gnomon@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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