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값 현실화해야 에너지절약 도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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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지난 1·4분기 중 우리 나라의 석유소비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29·8%로 이중 휘발유는 무려 32·5%나 늘어났다.
이 같은 석유과소비현상은 물론 자동차 증가에도 큰 원인이 있지만 또 한편으론 기름 값이 너무 싼 데도 원인이 있다고 판단된다. 소비자들은 우리 나라 기름 값이 선진국보다 훨씬 싸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또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국내 휘발유 값은 리터 당 4백97원으로 프랑스 7백45원, 일본 7백43원, 독일 7백25원에 훨씬 못 미치고 산유국인 영국의 5백88원보다 싸다. 등유·경유·벙커C유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것은 제 2차 석유위기이후 다른 나라들은 유가인상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가격을 올린 데 반해 우리 나라는 저물가정책을 위해 인위적으로 유가인상을 억제해온 결과다.
어떤 사람은 선진국이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높으니까 기름 값을 높게 유지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석유는 전량 해외에서 선진국과 똑같은 가격으로 달러화를 지불하고 도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국내기름 값을 외국보다 낮게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석유가격의 값싼 시대와 비싼 시대를 살아왔다. 그러나 우리의 의식과 정책은 아직도 값싼 시대에 안주하고 있다. 국제유가의 폭등 때만 반짝하는 절약의식의 속절없음을 지금 우리는 눈으로 보고 있다. 결국 가격정책이 뒷받침되지 않는 에너지절약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석유소비절약을 효과적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현재 국제유가에 비해 훨씬 낮게 책정되어 있는 기름 값을 외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현실화시켜야 한다. 소비억제차원에서 유가조정은 반드시 고려되어야한다. 김건흡<대한석유협회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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